아주경제 주진 기자 = 지난 2년간 박근혜 대통령의 정치 분야 성적표는 거의 낙제점에 가깝다.
박근혜 정부 들어 총리 후보자 3명을 포함해 고위공직자 후보자 9명이 자진사퇴하거나 지명이 철회되는 인사 참사가 벌어졌다. 또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의혹, 남북정상회담 NLL대화록 공방, 채동욱 검찰총장 혼외 자식 논란, 세월호 참사, 비선실세 국정개입 의혹 등 혼란으로 점철됐다.
지지율도 악재가 터질 때마다 뚝뚝 떨어졌다. 박 대통령과 정부에 대한 실망감이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진 것이다. 특히 비선실세 국정개입 의혹 이후 영남과 50대 이상 장노년층 등 박 대통령의 핵심 지지층의 이탈이 가속화하는 현상이 두드러졌다.
지난 2년간의 박 대통령 국정 운영에 부정적인 평가를 내린 전문가들은 주된 이유로 폐쇄적인 인사 스타일을 비롯한 만기친람식 리더십 문제와 소통 부족을 꼽았다.
김만흠 한국정치아카데미 원장은 “박근혜 대통령 정부의 1년은 외형상 인사 파동으로 시작해 댓글 선거개입 수사 논란과 NLL대화록 공방으로 보냈으며, 2년차는 세월호 참사, 그리고 이에 대한 청와대 대응과 무시가 자초한 갈등으로 보냈다”면서 “박 대통령은 이런 갈등을 소모적 정쟁으로 치부하는 태도를 보였으나, 그렇다고 이런 공방을 넘어서 정권이 주도적으로 추구한 어떤 정책적, 정치적 성과도 보여주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핵심 비서관 3인방에 대한 재신임이나 퇴임을 앞둔 김기춘 비서실장이 조직개편과 인적쇄신 과정을 총괄하는 것을 두고 부적절 논란이 커졌고, 이완구 총리 임명·설연휴전 소폭 개각도 인적쇄신을 기대한 국민눈높이를 충족시키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세월호 참사와 문건 파동이 터졌을 때 인적쇄신에서 항상 한 템포가 늦었다. 결국 국민적 요구에 제때 부응하지 못한 것"이라며 "국민을 설득하려 하지 말고 국민 요구에 적시에 대응을 하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다"고 조언했다.
특히 국민대통합 부문은 박 대통령이 앞세웠던 공약이었지만 집권 이후 외면하면서 낙제 수준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첫해 2013년 임명된 장차관(급) 인사 134명 가운데 영남 출신 비율은 43명(32.1%)이었지만, 2014년 이후 임명된 77명 중 영남 출신은 30명(39.0%)이었다. 현재 6개 권력기관 수장 중 5명, 6대 권력기관 장차관 31명 가운데 17명이 영남 출신이다. 특히 청와대 민정수석과 민정수석실 비서관들은 서울 출신인 홍경식 전 민정수석을 제외하고 모두 영남출신, 특히 대구경북(TK) 출신들로 채워졌다.
◇ 나열식 정책 혼선, 선택과 집중 필요
정책혼선은 국민들의 불신으로 이어진 꼴이다. 1월 한 달 동안 연말정산과 관련한 소득세법 개정,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편, 주민세·자동차세 인상안 등 핵심 정책들이 손바닥 뒤집듯 변경되거나 백지화되는 일이 잇따랐다.
특히 담뱃값 인상, 연말정산 논란은 세제 형평성에 대한 국민적 저항을 불러왔고, '증세 없는 복지'에 대한 의구심도 커지면서 정부 신뢰도가 크게 떨어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윤희웅 민컨설팅 여론분석센터장은 “지난 2년을 돌이켜보면 국정과제나 방향보단 국정운영의 폐쇄성이 더 논란이 됐다”며 “그러다보니 성과로 이어진 게 많지 않다”고 했다. 그는 특히 핵심 과제가 너무 남발돼 현 정권이 어떤 정책을 중점 추진하려고 하는 것인지를 국민에게 제대로 전달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김병준 국민대 행정정책학부 교수도 “창조경제, 규제완화, 복지 등 구호는 많은 데 실질적으로 손에 와 닿는 정책이 없다”며 “글로벌 경제나 산업구조의 변화가 대규모로 매우 급박하게 진행되고 있는데 이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했고 그에 따른 전략도 세우지 못했다”고 꼬집었다.
◇ 당청, 대야 관계 등 정치 복원
집권 3년차 접어들면서 가장 큰 변화는 비주류로 탈바꿈한 여당 지도부다. 반면 내각은 이완구 국무총리를 필두로 최경환 경제부총리, 황우여 사회부총리 등 6명의 친박 위주 정치인 출신으로 진용을 갖췄다. ‘정치 내각’이 당·정·청 협력에 큰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나온다.
정부 출범 2주년인 25일 처음 열리는 첫 '당·정·청 정책조정협의회'와 함께 여당 대표·원내대표와 총리, 청와대 비서실장이 참여하는 고위당정협의회는 향후 당청관계를 가늠할 수 있는 바로미터가 될 전망이다.
문제는 야당과의 관계 개선이다. 지난 2년간 대야 관계는 사실상 갈등과 대립으로 점철됐다. 경제활성화 관련 법안들도 줄줄이 야당의 반대로 발목이 잡히면서 경제정책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권력을 잡는 것과 관리하는 것은 다른 개념으로, 권력을 관리하려면 정치를 잘 활용해야 한다”며 “현 정부가 행정만 잘하면 된다는 사고를 갖고 있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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