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페어(이하 베페)에 대한 육아용품 업계의 원성이 높다. 갑질이 지나치다는 것이다.
베페는 매년 10만명 이상의 방문객이 찾는 국내 최대 규모의 임신·출산·육아박람회다. 최근에는 예비 부모 뿐 아니라 조부모·삼촌·고모 등 가족 육아가 늘다보니 관람객이 매년 느는 추세다. 단기간에 충성고객을 확보할 수 있는 몇 안되는 기회다 보니 참여를 원하는 업체가 많다. 각종 손해에도 불구하고 업체들이 참여 경쟁에 뛰어드는 이유다.
이상한 건 베페의 성장이 국내 중소업체들의 성장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정작 전시회장을 채운 업체들은 '을의 위치'로 전락했다는 입장이다. 한정된 공간에 많은 업체들이 참가를 원하다보니 베페 측이 참가기준을 형평성이 맞지 않게 제시한다는 지적이 여기저기서 나온다.
유아용품업체 관계자는 "채널별로 촘촘하게 짜인 광고비용 때문에 돈 있는 업체들만 참가할 수 있고, 영세한 업체들은 아예 전시회에 참가할 수 없다"며 "다른 전시회 참가 금지, 신제품을 론칭, 할인율 간섭 등 세부조건이 까다로워 베페 대신 다른 전시회를 택하는 중소업체들도 많다"고 귀띔했다.
이렇게 부풀려진 광고비용은 결국 결국 제조업체의 원가 상승을 부추긴다. 피해는 결국 소비자들 몫이다. 이쯤되니 과연 베페에서 50% 할인해서 산 유모차가 진짜 저렴한 것인지 궁금하다.
예비 엄마들이 베페를 찾는 이유는 자신이 발품을 팔면, 저렴한 가격에 좋은 품질의 육아용품을 구입할 수 있을 거라는 믿음 때문이다. 베페가 TV 광고만큼 값비싼 홍보채널로 전락한 상황에서 이를 기대할 수 있을까.
당초 베페 취지는 소비자에게 육아용품에 대한 선택권을 넓혀주고, 중소 업체들에게는 기회의 장을 열어주기 위한 목적이었다.
베페가 해외 유명 브랜드에 뒤지지 않는 국내 명품 중소업체를 발굴하고, 대기업과 공정하게 겨룰수 있는 생태계를 조성하는 박람회의 본질로 되돌아 가길 기대해 본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