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예진 국립오페라단장 자진사퇴 "문체부 장관에 죄송한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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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2-24 1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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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기자들과 만나 사업계획을 발표하던 한예진 국립오페라단장 겸 예술감독]

 

아주경제 박현주 기자 ="물러나지 않겠다. 지켜봐달라"고 강조했던 한예전 국립오페라단 단장이 마음을 바꿨다. 24일 오후 6시35분 보도자료를 통해 돌연 사의를 표명했다. "일신상의 사유로 다 내려놓고 이만 물러나겠습니다"라고 밝혔다.

 지난 3일 기자회견을 열고 올해 사업계획을 발표하며 예술감독직을 유지할 의지를 강하게 피력한 것과는 다른 모습이여서 갑작스럽다.

"좌절감이 크게 앞서 더 이상 연연하지 않기로 했다" 는 이유다.

한예진 국립오페라단단 신임 예술감독겸 단장은 임명되자마자 자격논란에 휩싸였다.

지난 1월 2일 문체부 김종덕장관에게 임명장을 받은 후 오페라계 일부에서는 그의 전문성과 경륜 부족 등을 이유로 자진 사퇴와 정부의 임명 철회를 요구해왔다. 자격증명서 등을 제출하지 않으며 경력 의혹이 불거졌었다.

 한 단장은 자료를 통해 반대하는 오페라계 인사들에 대해선 "서운함을 떨칠 수 없다"고 했고 "임명해 준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게는 죄송한 마음"이라고 했다.

 한 단장은 "3월 공연을 앞두고 사퇴하는 게 무책임하게 비쳐질 수 있어 많은 고심을 했지만, 오히려 빨리 결단을 내리는 게 국립오페라단을 위하는 길이라는 결론을 얻었다"고 설명했다.

 한편, 10개월째 공석이었다가 시끄럽게 채워진 국립오페라단 단장자리는 다시 공석으로 남은채 또 다른 인물을 추려야 하는 판이됐다.



■다음은 한예진 국립오페라단 단장의 사의 표명 전문

일신상의 사유로 다 내려놓고 이만 물러나겠습니다.

여러 논란 속에 도전적인 의욕보다 좌절감이 크게 앞서 더 이상 연연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좀더 정확히 말하면 마음의 상처와 정신적인 피로감이 커 연연할 수도 없게 됐다는 게 맞을 것 같습니다.

짧은 기간 저에겐 너무도 진폭이 큰 경험이었습니다.
무엇보다 뜻을 펼쳐볼 기회조차 없이 언론을 통해 비쳐지는 모습에 가족들이 상처받고, 개인 과거 일까지 들추어 여러 얘기들까지 만들어져 가족들이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면서 이 자리에 꼭 있어야 하는지에 대한 회의가 들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오페라단에 새로운 기운을 불어넣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해 임명해주신 문화체육관광부장관님께는 일신상의 사유로 떠나게 돼 죄송한 마음을 금할 수 없습니다. 젊음과 신선함 오페라에 대한 진취적인 생각으로 뭔가 새로운 변화를 모색해보라는 의미로 받아들여 처음엔 자신감이 충만했으나, 경험과 경륜이 부족하다는 외부의 우려 사이에 간극은 너무 컸습니다.

지난번 기자회견 때 밝혔 듯 학연 지연을 끊고 탕평캐스팅을 통해 실력과 기량만으로 유능한 인재를 두루 발굴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 보겠다는 포부도 있었지만, 벽은 높았고 정말 많이 부족했음을 절감합니다. 음악계 원로들의 지혜를 구하는 데도 부족함이 많았습니다. 오페라를 사랑하는 많은 분들의 마음을 얻는 공감과 소통도 크게 미치지 못했습니다.

3월 공연을 앞두고 사퇴하는 게 무책임하게 비쳐질 수 있어 많은 고심을 했지만, 오히려 빨리 결단을 내리는 게 국립오페라단을 위하는 길이라는 결론을 얻었습니다.
그동안 저를 믿고 격려해주시고, 오페라단 운영에 많은 조언을 주신 분들께는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점 너무 너무 죄송스럽게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자격 미달이라는 비난과 좀 더 지켜봐주지 못한 점에 대해선 못내 서운함을 떨칠 수 없는 것도 사실입니다. 시위까지도 불사하며 비난하셨던 분들이 음악계 전체를 대변했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그분들도 한국 오페라를 사랑하고 발전시키려는 마음을 표현했다고 봅니다.
이젠 그 분들도 제 자리로 돌아가주셨으면 합니다.

아울러 마치 일부러 경력을 부풀려 서류를 낸 것처럼 의심하는 보도도 있었지만, 자료 배포와 의사소통과정에서 실수였음을 거듭 분명히 말씀드립니다. 그 실수 또한 저의 책임입니다.
저는 이제 마음의 상처가 치유되는 대로 무대로 돌아가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국립오페라단 예술감독 한예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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