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3㎝의 큰 키에 모델 출신답게 상체 앞 뒤로 갈라진 근육들은 제이미 도넌의 매력 중 하나지만 고향인 북아일랜드의 악센트는 더욱 그를 섹시하게 만든다. 섹시한 그가 섹시한 역할을 맡으니 ‘금상첨화’인데, 그걸 보는 여성팬들은 ‘사면초가’이다.
25일 전야개봉을 확정한 영화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감독 샘 테일러-존슨)은 노골적 성(性)묘사로 ‘엄마들의 포르노’라고 불리운 E. L. 제임스의 베스트셀러가 원작이다. 미국에서 출간되자 3개월만에 총 2100만부가 판매됐다. 미국 독서 인구의 25%에 해당하는 수치다. 1년만에 7000만부가 팔렸으며 아마존닷컴 사상 최초로 100만부 이상 판매된 전자책에도 등극했다. 줄거리는 이렇다.
영문과에 재학 중인 여대생 아나스타샤 스틸(다코타 존슨)은 어느날 언론학과 룸메이트인 케이트 카바나(엘로이즈 멈포드)의 부탁으로 세계에서 가장 섹시한 CEO로 꼽힌 크리스찬 그레이(제이미 도넌)의 인터뷰를 대신 하기로 한다.
자꾸만 커피잔을 매만지며 감정을 감추지 못하는 아나스타샤에게 그레이는 “왜 그렇게 안절부절하지 못하느냐”고 묻고, 그녀는 “당신이 자꾸 나를 그렇게 만든다”고 솔직하게 말한다. 그러자 갑자기 그레이는 “나가자”며 길을 함께 걷다 자전거에 치일 뻔한 그녀를 끌어안고 “안되겠다. 나를 가까이 하지 말라”며 떠나버린다.
집으로 돌아온 아나스타샤에게 배달온 ‘더버빌 가의 테스’ 초판본. 1891년 발행돼 값을 매길 수 없는 선물을 받은 아나스타샤는 돌려주기로 마음을 먹고, ‘불타는 금요일’을 즐기기 위해 친구들과 클럽으로 향한다. 평소 주량을 넘긴 아나스타샤는 화장실에서 그레이에게 전화를 걸어 “그런 선물을 받을 수 없으니 돌려주겠다”고 말한다. 그녀가 취했다고 알아차린 그레이는 클럽을 찾아가 아나스타샤의 친한 친구인 호세 로드리게스(빅터 라숙)가 고백과 함께 키스를 하려던 찰나에 이를 저지한다.
결국 뻗어버린 아나스타샤가 아침에 눈을 떴을 때는 호텔이었다. 아침 조깅으로 땀으로 흠뻑 젖은 그레이는 그녀의 앞에서 상의를 탈의한 채 “나는 로맨스를 하지 않는다. 사랑을 속삭이지 않는다. 관계를 가질 뿐이다. 당신은 내 성적 취향을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라고 말한다. 아나스타샤는 “이해시켜 달라”고 그레이를 도발하고 그레이는 아나스타샤를 데리고 직접 헬기를 운전해 디트로이트 자택으로 날아간다.
별도의 열쇠로 잠겨 있는 ‘비밀의 방’으로 안내하는 그레이는 “당신이 언제든지 떠난다고 해도 이해한다. 헬기는 대기시켜 놨다”고 친절히 설명한다. 붉은색 계열의 침대, 벽지로 채워진 일명 ‘플레이 룸’ 안에는 각종 성적 도구들이 즐비했다. 일본식으로 표현하자면 ‘SM’적인 물건들이다. 새디즘과 메조키즘을 뜻하는 단어로 가학행위를 하거나 가학행위를 당할 때 흥분을 느끼는 성애자들을 위한 도구다.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가 드러난 순간이다.
그레이는 SM이 아니라 ‘도미넌트’와 ‘서브미시브’의 관계라고 표현했다. ‘도미넌트’란 원래 ‘지배적인’ ‘우세한’이란 뜻이며 ‘서브미시브’는 ‘순종적인’ ‘고분고분한’이란 의미다. 즉, ‘비밀의 방’ 안에서 그레이는 도미넌트가 되고 아나스타샤는 서브미시브가 돼야한다는 것.
그리고 그레이는 이를 위한 계약서를 아나스타샤에게 내민다. 이미 그레이에게 빠져버린 아나스타샤는 그를 얼마나 이해할 수 있을지, 그가 내민 계약서를 함께 꼼꼼히 체크해 나간다. 계약서와 별도로 그와의 ‘관계’는 점점 깊어만 간다. 처음에는 정상적인 성관계, 이후에는 넥타이를 이용한 쾌락, 수갑이 주는 쾌감, ‘공작꼬리’로 시작된 오르가즘은 아나스타샤에게 자꾸만 ‘계약서 사인’을 강요한다. 그레이의 입장에서는 매우 ‘성공적’이다.
영화는 일반적이지 않은 성적 코드로 채워져 있지만 실상은 ‘완벽한 사랑’을 꿈꾸는 두 남녀에 대한 이야기다. 어릴 적 트라우마로 인해 사랑 대신 특별한 이성애자로 성장한 그레이는 “로맨스는 하지 않는다”면서도 아나스타샤를 위해 고집만을 부리지 않는다. 아나스타샤 역시 이미 사랑하게 된 그레이를 ‘평범한 연인 관계’로 이끌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다.
또 서로 다른 방식으로 이성을 사랑하는 두 남녀의 ‘메이크 러브’(make love, 섹스)를 매개체로, 완벽한 사랑이 쉽지 않다고 역설한다. 서로에게 이끌리듯 원하지만 원할수록 서로의 다름에 부딪히는 모습은 우리 주변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 장면들이다. 성적인 취향은 개인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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