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삼성생명에 "자살보험금 약관대로 지급하라"…업계 영향 미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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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2-25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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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장슬기 기자 = 약관에 자살 시에도 재해사망보험금을 주는 것처럼 표기하고 일반보험금만 지급해오던 보험사들의 행태에 제동이 걸렸다. 법원이 삼성생명 고객이 제기한 관련 소송에서 고객의 손을 들어줬기 때문이다.

서울중앙지법 박주연 판사는 25일 박모씨 등 2명이 삼성생명을 상대로 낸 자살보험금 지급 소송에서 "특약에 따른 재해사망보험금 1억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승소 판결했다.

박씨는 2006년 8월 아들의 이름으로 보험을 들면서 재해 사망시 일반 보험금 외에 1억원을 별도로 주는 특약에 가입했다. 가입 당시 약관에 따르면 자살은 재해사망보험금 지급대상이 아니다. 다만 '정신질환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이 어려운 상태에서 자살한 경우나 특약 보장개시일로부터 2년이 지난 뒤 자살한 경우에는 그렇지 않다'는 단서 조항이 포함돼 있다.

이후 박씨 아들이 지난해 3월 스스로 목숨을 끊자 삼성생명은 일반보험금 6300만원만 지급하고 재해사망보험금 지급은 거절했다. 삼성생명은 자살은 원칙적으로 보험금 지급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정신질환 자살만을 재해사망보험금을 지급한다고 해석했다.

그러나 박 판사는 "정신질환에 의한 자살이 아니더라도 약관에 따라 보험가입 2년뒤에 자살한 경우 재해사망보험금을 줘야 한다"고 판단했다. 약관에서 정신질환 자살과 보험가입 후 2년이 지난 뒤의 자살을 병렬적으로 기재하고 있으므로 두 사안 모두 재해사망보험금 지급대상이라고 보는 것이 통일적이고 일관된 해석이라는 것이다.

박 판사는 "특약 가입자들이 이 약관을 보고 자살 시 재해사망보험금이 지급되지 않는다고 인식하거나 이에 동의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현실적 여건을 고려해 특약을 무효로 돌리는 것은 고객에게 불리해 수용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삼성생명 측은 이번 판결과 관련해 항소를 제기할 방침이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이번 판결은 1심이기 때문에 판결문을 받아본 뒤 조금 더 상황을 지켜볼 것"이라며 "다만 자살보험금과 관련해서는 대법원의 판결이 매번 달랐기 때문에 최종 심의를 받기 위해 항소를 제기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앞서 보험사들은 자살을 재해사망으로 인정한 약관에 대해 표기상 실수로 해석하고 일반 보험금만 지급해왔다. 재해사망보험금은 일반 보험금의 2배가 넘기 때문이다.

문제는 2010년 4월 이전 대부분의 생명보험사가 판매한 상품에 해당 약관이 포함됐다는 점이다. 지난해 금융감독원이 이를 적발, 소송금액이 가장 많은 ING생명에 제재를 가한 바 있다. 미지급 보험금을 주라는 금감원 통보에 대해 보험사들은 소송으로 시비를 가르겠다며 가입자를 상대로 채무부존재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번 판결이 대법원에서 확정될 경우 현재 생보사들이 제기하고 있는 채무부존재 소송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사안이 예민한 만큼 결과를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며 "삼성생명 측에서 항소를 제기한다고 했으니 조심스럽게 지켜볼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지난해 4월 말 기준 미지급 자살보험금은 총 2179억원이다. ING생명이 653억원으로 가장 많고, 삼성생명(563억원), 교보생명(223억원), 알리안츠생명(150억원), 동부생명(108억원) 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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