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강승훈 기자 = 헌법재판소가 26일 위헌 판결을 내리면서 62년간 유지돼 온 간통죄가 역사속으로 사라졌다. 이번 간통죄 폐지로 헌재가 마지막 합헌 결정을 내린 2008년 10월 30일 이후 간통 혐의로 기소된 5000여명이 구제받게 됐다. 하지만 간통죄에 대한 형사처벌이 없어지면서 민사소송에 따른 손해배상 책임이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됐다. [관련기사=3면]
헌재는 이날 오후 2시 서울 재동 헌재 대심판정에서 간통죄를 처벌하도록 한 형법 조항이 헌법에 위배된다고 판결했다. 박한철·이진성·김창종·서기석·조용호·김이수·강일원 등 7명의 재판관이 위헌 의견을 냈다.
박 소장 등은 이 조항이 "선량한 성풍속 및 일부일처제에 기초한 혼인제도를 보호하고 부부간 정조의무를 지키게 하기 위한 것"으로 기본적으로 성적 자기결정권 및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제한하고 있다고 전제했다.
이번 판결은 간통에 대한 사회적 인식변화가 반영됐다. 박 소장 등은 "사회 구조 및 결혼과 성에 관한 국민의 의식이 변화되는 등 간통행위를 국가가 형벌로 다스리는 것이 적정한지에 대해 더 이상 국민의 인식이 일치한다고 보기 어렵게 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유지 의견을 낸 이정미·안창호 재판관은 "간통은 헌법상 보장하고 있는 일부일처제를 훼손하고 성적 자기결정권 침해한다는 데 의문이 강하게 든다"며 "간통은 사회질서를 해치고 타인의 권리도 침해한다는 우리의 법의식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주장했다.
형법 제241조 제1항에서는 '배우자 있는 자가 간통한 때에는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그와 상간(相姦)한 자도 같다'고 규정하고 있다. 1953년 제정된 간통죄는 벌금형 없이 징역형만 있어 처벌이 무겁다.
헌재가 마지막으로 합헌 결정을 내린 2008년 10월 30일 다음날부터 올해 1월까지 간통 혐의로 기소된 사람은 총 5466명이다. 이 중 고소가 취소됐거나 무죄가 확정된 경우를 제외한 나머지 사람들은 구제받게 된다. 재판이 진행 중인 경우는 공소 취소가 이뤄진다. 유죄판결을 받은 2973명은 재심 청구를 통해 구제받을 수 있고 구금 기간에 따른 형사보상금도 받을 수 있다. 그 전에 형이 확정된 경우엔 재심이나 형사보상을 청구할 수 없다.
이제 간통죄는 형법상 불법행위가 아니지만 외도에 따른 민사상 정조의무 위반에 따른 손해배상 책임은 여전히 존재한다. 따라서 형사 고소가 불가능해지는 대신에 위자료 청구 등 민사가사 소송이 늘어날 전망이다.
법률사무소 청지 이성환 변호사는 "가족의 보호에 관한 게 과거 간통죄였고 이를 통해 피해를 받은 배우자가 처벌을 요구할 수 있었다"며 "하지만 이 같은 규정이 없어지면서 상간자에 대해 직접적으로 책임을 묻는 손해배상 청구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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