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통죄 62년 만에 폐지] 공공질서보다 '성적 자기결정권' 중시...간통죄 폐지 배경과 파장(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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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2-26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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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사소송에서 간통 여부 배우자가 직접 밝혀야...소송 절차 일대 변화 예고

 

▲그래픽=김효곤 기자

아주경제 최수연 기자 = 지난 62년간 유지돼 온 간통죄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것은 일부일처제의 사회구조와 부부간 정조의무를 중시해온 헌법재판소의 판결이 개인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중시하는 쪽으로 무게중심이 기운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즉 성생활은 개인의 자유의사에 따른 것으로 더이상 법원이 판단할 대상이 아니란 의미다.  

◆62년만에 간통제 폐지…"개인의 성적 자기결정권 중시"

국가가 법률로 간통을 처벌하는 것은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으로 위헌이라고 헌재는 판단했다. 9명중 7명이 위헌 결정했다. 

박한철·이진성·김창종·서기석·조용호 재판관은 위헌 의견에서 "간통죄는 과잉금지원칙에 반해 국민의 성적 자기결정권과 사생활의 비밀 자유를 침해하는 것으로 헌법에 위반된다"고 판시했다.

이어 "성과 사랑은 형벌로 통제할 사항이 아닌 개인에게 맡겨야 하는 문제로서 부부간의 정조의무를 위반한 행위가 비도덕적이기는 하나 법으로 처벌할 사항은 아니다"며 "부부간 정조의무 보호라는 법익 못지않게 성적 자기 결정권을 자유롭게 행사하는 것이 개인의 존엄과 행복추구의 측면에서 더한층 중요하게 고려되는 사회로 변해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이수 재판관은 별도 위헌 의견에서 "행위에 대한 개별성과 특수성을 고려할 수 있는 가능성을 아예 배제한 채 일률적으로 모든 간통행위자 및 상간자를 형사처벌하도록 규정한 것은 형벌 본래의 목적과 기능을 달성함에 있어 필요한 정도를 일탈한 국가형벌권의 과잉행사로서 위헌"이라고 밝혔다.

강일원 재판관도 별도 위헌 의견에서 "간통죄를 법적으로 규제할 필요성은 인정한다"면서도 "죄질이 다른 수많은 간통 행위를 반드시 징역형으로만 응징하도록 한 것은 위헌"이라고 지적했다.

반대 의견을 낸 이정미·안창호 재판관은 "부부가 이혼할 경우 가정 내 경제적, 사회적 약자에 대한 보호가 미흡하고 부모의 이혼으로 인한 자녀양육에 대한 책임과 파괴된 가정에 대한 사회적 안전망이 구축되지 않은 상태에서 간통죄 폐지는 가족공동체 파괴를 불러올 것"이라며 "가정 내 약자와 어린 자녀들의 인권과 복리가 침해되는 사태가 발생하게 될 것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반대했다.

이어 "선량한 성도덕의 수호, 혼인과 가족제도가 보장됨에 반해 그로인한 행위 규제는 특정한 관계에서의 성행위 제한에 불과하다"며 "간통죄가 합리적인 비례관계를 일탈했다고 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과거 25년간 다섯번 헌재 판결 뒤돌아 보니

우리 사회는 1953년 제정된 이 조항을 둘러싸고 존치론과 폐지론으로 치열한 논쟁을 벌여왔다. 헌재는 1990∼2008년 네 차례 재판에서 간통죄를 모두 합헌으로 판단했다. 질서유지와 공공복리를 위해 성적 자기결정권을 다소 제한할 수 있다는 게 그동안 견해였다.

위헌 결정에는 재판관 9명 중 6명 이상의 위헌 의견이 필요하다. 1990년 9월 10일 1기 헌재는 재판관 6대 3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내렸다. 당시 재판관 의견은 4가지로 나뉘었다. 다수 의견은 "선량한 성도덕, 일부일처주의, 혼인제도 유지, 가족생활 보장, 부부간 성적 성실의무 수호, 사회적 해악 사전예방 등을 위해 간통죄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1993년 3월 11일 헌재는 이때 1990년의 결정을 그대로 유지했다. 2001년 10월 25일 3기 헌재는 재판관 8대 1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선고했다. 다수 의견은 질서유지와 공공복리를 위해 성적 자기결정권을 어느 정도 제한할 수 있다고 본 1990년 결정 내용을 반복했다. 다만 "앞으로 간통죄 폐지에 대한 진지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2008년 10월 30일 4기 헌재에서는 위헌 의견이 합헌 의견보다 많아졌다. 이강국·이공현·조대현 전 재판관은 "간통죄가 과잉금지 원칙에 반해 개인의 성적 자기결정권,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한다고 볼 수 없다"며 "징역형만 규정한 것도 과중하지 않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2015년 2월 26일 헌재는 재판관 7대 2 의견으로 위헌 결정을 선고했다.

◆민사소송 통한 위자료 청구소송 늘어날 듯..."소송절차도 달라져" 

간통죄가 폐지되도 민사상 손해배상 소송을 통해 간통으로 인한 혼인 파탄의 책임을 물을 수 있다. 이에 따라 가사소송의 증거조사 절차 등에 변화가 생길 전망이다. 

간통죄가 존재했을 때는 피해 배우자가 상대방을 간통죄로 고소하면 형사사건이 진행돼 경찰 등 공권력의 조사 및 수사 과정에서 배우자의 간통 증거를 확보하는 게 가능했다. 그러나 간통죄가 폐지되면 형사적 절차 역시 사라지는 만큼 피해 배우자가 직접 배우자의 간통을 입증해야 하는 어려움이 생긴다.

한 가사전문 변호사는 "간통죄가 있을 때는 수사기관에서 부정한 행위의 증거를 수집해 법원에 넘겼다"며 "이제는 변호사가 증거를 직접 많이 모으려 하면서 법원의 증거수집 방법 자체가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가정법원 판사는 "간통죄 증거는 가사소송에서 확정적 증거가 됐다"며 "앞으로는 가사소송의 증거조사 절차가 좀 더 길어지고 집중적으로 심리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른  변호사는 "간통죄가 폐지되면 법원에서 간통 현장 사진 같은 명확한 증거가 사라지는 것"이라며 "이혼 사유 등을 입증하기 어려워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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