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산 할머니들의 늦깍이 졸업식

아주경제 손봉환 기자 =평생을 까막눈으로 살아온 서러움을 누가 알겠어. 길을 걷다 보면 이제는 다 아는 글자니 또 다른 세상이 열린 기분이지.”

최근 충남 서산시 수석2통 마을회관에서 열린 ‘찾아가는 배움교실’ 졸업식에서 문옥매(91) 할머니는 연신 눈시울을 붉혔다.

어려운 시절 태어나 학교 문턱을 밟아 보지 못한 문 할머니는 뒤늦게나마 못배운 한을 풀기 위해 지난 2006년 배움교실에 등록했다.

처음엔 연필 잡는 것조차 두려워하던 문 할머니는 매주 두 차례 수업에 꼬박꼬박 참석해 8년 3개월만에 영광의 졸업장을 받게 됐다.

이날 졸업식에서는 문 할머니 말고도 70~80대 15명의 할머니가 졸업장을 받았다.
할머니들의 평균 연령은 74세다.

이정갑(79)․정순철(77) 할머니와 조강호(79)․김지연(78) 할머니는 동서지간으로 서로가 격려와 응원하며 배움을 이어갔다.

7년간 할머니들을 지도해 온 김현영(43)씨는 “원고지에 한 글자 한 글자를 정성스럽게 써 넣으며 기뻐하던 할머니들과 함께 한 시간을 생각하면 절로 눈물이 나올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올해 서산지역 11곳의 배움교실에서는 130여명의 어르신이 뒤늦게 한글을 깨우치고 영광의 졸업장을 받는다.
189명의 어르신은 새로 배움교실의 문을 두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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