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천대 친오누이 처럼 서로 격려 70대 늦깎이 졸업생 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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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2-27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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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가천대학교]


아주경제 박재천 기자 = 친 오누이처럼 서로를 격려하며 대학 4년을 마치고 졸업하는 70대 늦깎이 대학생이 있다.

그 주인공은 26일 가천대학교(총장 이길여) 학위수여식에서 경영학 학사학위(경영학과 야간 졸업)를 받는 유정자(74·여. 화성T&T 대표), 제광웅(73·웅진산업대표)씨다.

“대학 졸업장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감동 그 자체입니다, 우주를 품에 안은 것 같습니다.”

두 늦깎이 대학 졸업생은 한목소리로 대학졸업의 소감을 전했다.

“감기가 걸리면 똑 같이 감기, 장염이 걸리면 장염이 같이 걸리고. 우리는 전생에 쌍둥이었을 것”이라는 말을 서로 할 정도로 닮은 점이 많다.

두 졸업생은 특별전형인 러더십전형과 취업자전형으로 가천대에 2011년 함께 입학했다. 사업체를 이끌며 주경야독해야 하는 쉽지 않은 대학생활이었다.

“둘 중 한명이라도 포기를 했다면 오늘이 없었을 것입니다.”

두 졸업생은 졸업장의 공로를 서로에게 돌렸다. 같은 과에서 함께 공부한 만학도 여운화씨(55․여) 등 같은 과 50대 3명은 이들의 든든한 지원군이 됐다.

가천대 이길여총장은 성실한 대학생활로 젊은 대학생들에게 귀감이 되어준 두 졸업생에게 이날 직접 공로상을 수여하고 그동안의 노고를 위로했다.

두 졸업생은 학생들에게 미안함까지 들고 수업을 따라갈 수 없을 때는 그만둘까 수 없이 고민했지만 서로의 어깨를 두드리며 힘이 되어줬다. 한 맺힐 정도로 소원하던 대학생활 앞에 그 무엇도 장애가 될 수는 없었다.

이들이 대학에 입학한 것도 닮은 점이 많다. 형편 때문에 미루었던 배움에 대한 열망 때문이었다.

2남5녀의 첫째 딸로 충북 충주에서 태어난 유씨는 ‘딸은 글만 읽을 줄 알면 된다’는 당시 시대 분위기 때문에 대학입학은 꿈도 못 꿨다. 학업을 접고 결혼을 하여 남편 ㈜화성써모 고홍달 대표과 함께 사업을 하면서도 배움에 대한 미련은 눈덩이처럼 커져갔다.

그리고 71세가 되던 해 대학입학을 결심했다. 70년대부터 시작한 회사 경영으로 경험은 많았지만 그럴수록 학문적으로 공부해보고 싶은 열망은 더욱 커져갔다.

“ 경영학을 공부하면서 회사의 운영방침이나 인사문제 등 잘 못 된 게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기업주인 내가 무엇이 잘못 되었는지도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잘못된 것을 고쳐 나갔고 회사체계도 한 단계 업그레이드 하는데 도움이 되었습니다.”

유씨는 대학생활이 즐겁고 행복했다. 한 번도 수업을 거른 적이 없었다.

“ 무엇이든지 견뎌내고 해낼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움츠려 있던 마음도 활짝 펴졌습니다”

유씨는 재학 중 대학에서 어렵게 공부하는 학생들을 보고 이들을 위해 장학금으로 써달라며 5천만원을 학교에 기탁했다.
유씨가 졸업장을 받기까지는 남편 고씨의 외조가 큰 몫을 했다.

“대학입학 합격통지를 받자 남편이 부엌에 오지도 말고 손에 물도 묻히지 말고 오직 공부에만 집중하라고 했습니다.”

“당신은 학생이고 나는 학부모야, 이제 주부가 아니다. 학생이니 공부나 열심히 해” 유씨는 입학당시 남편의 말을 평생 잊지 못할 감동의 언어로 기억한다.

일제 강점기인 1942년 전북 순창 산골에서 7남매의 장남으로 태어난 제씨는 6.25 전쟁을 겪으면서 너무 가난해 학교를 가지 못했다. 

하지만 배우지 못한 한을 자식들에게 대물림하지 않기 위해 아이들의 공부에 신경을 썼고 아이들도 잘 따라줘 큰딸과 아들은 의대를 나와 교수와 의사로 있고, 셋째 딸은 직장생활을 하다 지금은 휴직하고 미국에서 유학중이다.

제씨는 중학교 2학년 중퇴가 학력의 전부다. 평생 배움의 열망을 놓지 않고 있다가 자녀들을 키우고 생활이 안정되면서 66세부터 중졸, 고졸 검정고시에 도전, 합격했고 고희의 나이인 70세에 가천대학교에 입학했다.

서울 방배동 집에서 경기도 광주의 회사로 출퇴근하면서 가천대 앞을 늘 지났다. 배우지 못한 한이 온몸에 배여 언젠가는 이 대학에 꼭 입학하겠다고 다짐하고 다짐했다.

제씨는 떳떳한 아빠로 남기위해 최선을 다했고 이것이 대학생활의 동력이었다고 말했다.

제씨는 대학원에 진학해 더 공부하고 싶어 가천대 경영대학원에 입학원서를 냈다가 지난 1월에 건강이 안 좋아 불가피하게 취소했다.

건강을 회복하면 내년에 당장 석사에 도전할 계획이다. 그리고 건강하게 살면서 가천대 동문으로서 모교의 명예를 드높이고 학업을 하는데 정성을 다해 배려해준 가천대가 ‘인재의 샘’이 되는데 보탬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제씨는 이와 함께 “기회가 된다면 전쟁의 참상을 겪은 세대로 북한경제발전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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