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조류인간’ 신연식 감독 “내가 누군지, 40년을 살아도 확신 못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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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3-02 0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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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연식 감독이 마포구 서교동 KT&G상상마당에서 아주경제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사진=남궁진웅 timeid@]

아주경제 권혁기 기자 = 영화 ‘조류인간’(감독 신연식·제작 루스이소니도스)은 ‘날고 싶다’는 욕망을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으로 묘사했다.

유명 소설가 정석(김정석)은 예쁜 아내와 귀여운 딸을 둔 한 집안의 가장이었다. 그러나 집안일에는 무심한 경향을 보였고, 아내는 어느날 갑자기 사라졌다. 아내 한비(정한비)를 찾기 위해 15년동안 정처 없이 떠돌았다. 그런 아내의 이야기를 소설로 내기도 했다.

소설은 큰 히트를 치지 못했지만 그래도 본 사람들이 있었다. 바로 정석처럼 가족이 실종된 사람들. 그중 소연(소이/이유미)은 실종자들에 대해 매우 자세히 알고 있는 인물이었다. 소연은 정석에게 “15년전 아내를 본 적이 있다”면서 접근, 아내를 찾는데 도움을 주겠다고 나섰다.

모든 사건의 연결고리에는 수상한 사내 이은호(성홍일)가 있었다. 이은호는 실종자들과, 그들의 바람을 이루어줄 한의사(최종률)를 연결시켜주는 인물. 그는 다시 약초꾼(김인수)와 사냥꾼(최홍일)과 그의 아들(강신효)과 관계가 있었다.

알고 보니 이들은 새가 되고 싶어하는 인간들의 바람을 들어주는 인물들이었다. 장장 15년에 걸쳐 진행되는 ‘인간의 조류화’는 매우 고통스러운 작업이다. 먼저 체질이 맞는지, 정신이 맞는지를 알아봐야하며 조류인간이 되는 과정에 필요한 약을 받아들일 수 있는지 철저히 검사했다.

지난달 25일 서울 서교동 상상마당 카페에서 ‘조류인간’ 신연식(39) 감독을 만나 인터뷰를 했다. 인간이 조류인간이 되고 싶어하는 욕망을 가졌다는 특별한 주제의 영화를 연출하게 된 이유가 궁금했다.

“최초 생각했던 시나리오에서 내용이 조금 바뀌었다”는 그는 “원래 우리와 진화 사이클이 다른 인종이 공존할 것이라는 생각에서 비롯됐다. 다른 인류. 즉 과거 네안데르탈인과 호모사피엔스가 공존하던 시기가 있었다. 네안데르탈인이 멸종하고 호모사피엔스가 남았지만 우리 안에는 네안데르탈인이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신연식 감독이 마포구 서교동 KT&G상상마당에서 아주경제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사진=남궁진웅 timeid@]

“아직 유럽인들에게는 네안데르탈인이 섞여 있다고 하더라고요. 진화론적, 인류학적인 소재로 활용하려고 했죠. 그래서 과학자도 나오고 아내가 새가 되고 싶어하는 것이죠. 그런 내용은 정체성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아내가 어떤 사람인지 모르고 15년동안 찾아다닌 소설가. 전작인 ‘러시안 소설’에 그런 내용의 소설에 대한 이야기가 있었죠. 그러다 ‘배우는 배우다’의 조명 감독님이 마흔이 넘은 나이에 성전환수술을 받으신 게 계기가 됐죠. 우리가 항상 당연하게 받아들였던 일들이 당연한게 아니라는 것. 40년 넘게 사아도 확신할 수 없다는 것. 내가 누구인지에 대해 알지 몰랐다는 것. 어찌보면 어떤 존재인지에 대해 깊게 성찰하지 않는 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 같아요. 많은 갈등의 원인은 정체성의 문제라고 생각해요.”

인문학적인 대화로 인해 신 감독의 전공을 지레 짐작하기도 했지만 그는 한국외국어대학교 스페인학과 중퇴다. 중퇴를 하는데 10년이 걸렸다. 학교를 자퇴하려고 생각하고 실천에 옮기는데 10년이 걸렸다.

“사실 대학교는 가는 것도 어렵지만 그만두는 것도 어렵죠. 솔직하게 말하면 고등학교도 중퇴하고 싶었어요. 그렇지만 환경이 그만두지 못하게 만드는 거죠. 그런데 대학교는 졸업장 받기가 더 힘드니까 자퇴하기까지 10년이 걸린 것 같아요.”

나름 ‘제임스 딘’적인 반항아 기질이 있었던 신연식 감독은 어렸을 때부터 영화에 대한 구체적인 꿈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그저 ‘창작’이 좋았던 그는 고등학교 전까지는 시, 소설 등을 썼으며 고교생이 돼서야 시나리오를 쓰기 시작했다. 그는 “걸작이란 걸작은 그 때 다 찾아봤다”고 회상했다.
 

신연식 감독이 마포구 서교동 KT&G상상마당에서 아주경제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사진=남궁진웅 timeid@]

신 감독은 “소설은 공책에 쓰면 끝나지만 시나리오는 살을 더 붙여 만들어야하기 때문에 더 힘들었다”면서 “졸업하자마자 웬만한 프로덕션에 찾아가 제 시나리오를 돌렸다. 그러다 아버지를 찾아가게 됐다”고 기억을 떠올렸다.

“어렸어요. 지금은 아버지께서 돌아가셨는데 당시 아버님의 전성기 때라 200만원을 지원해달라고 했었죠. 단순하게 영화를 찍고 싶으니 지원해달라는 것이었는데 충격이었을까요? 결국 대학교에 진학하고 영상작가 교육원 수업을 받았죠. 앞 기수에 김기덕 감독님이 계셨어요. 김 감독님이 공모전에 당선된 소식을 접하면서 알게 됐죠. 나중에 ‘배우는 배우다’로 인연을 맺게 될 줄 상상도 못했죠.”

어렵게 입봉하고 상업영화 계약을 31살에 처음 맺은 신 감독은 사실 흥행과는 인연이 없었다. 그래도 출연 배우들은 감독보다 더 주목을 받았다.

“배우가 살아서 뿌듯하죠. 영화는 망했지만 배우는 살았다는 평가에 대해서도 보람이 많이 느껴져요.”

‘조류인간’은 신 감독의 인생을 반추하는 작품이다. 그는 “그동안 너무 고생해 영화를 때려치우고 다른 직업을 생각하기도 했다”고 소회를 밝혔다.

그래도 다시 마음을 잡은 그는 ‘약탈자들’ ‘페어 러브’ ‘러시안 소설’ ‘배우는 배우다’ 등의 각본, 각색 연출을, ‘개를 훔치는 방법’의 각본을 썼다.

신 감독은 어디까지나 저예산영화계에 대해 걱정을 했다.

“‘조류인간’이 잘 돼야 한다고 생각하죠. 그래도 지나치게 잘 되면 먼저 내릴 생각입니다. 돈을 벌기 위해 만든 영화가 아니기도 하지만, 만약 잘 된다면 다른 독립영화들을 위해 먼저 극장에서 내리고 싶어요.”

인터뷰 60분 내내 오롯이 영화에 대한 애정을 드러낸 신연식 감독. ‘조류인간’이 신 감독 의지에 의해 극장가에서 종영되길 바란다. 15세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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