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래의 시골편지]사북을 지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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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3-02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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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래 OK시골 대표(시인)]


사람들은 풀씨다
바람에 날려 뿌리를 내리면
저 혼자 싹이 트고 저절로 꽃이 피고
다시 여무는 풀씨

물빛에 흔들려 속까지 어지러운 시냇가나
뙤약볕으로 등이 타는 벼랑 끄트머리에서도
홀로 노을 따라 나간 까마득한 산 끝에서도
뿌리를 내린 사람들
사는 사람들 모두 풀씨다

무슨 연유 누군가의 그리움으로 살다보면
들꽃같이 피고 단풍처럼 지고 또 여물어
생의 굳은 살 삶의 등짐이 무거워져 남고
더러는 가을바람 가벼운 새벽길을 따라
먼 길 풀씨로 날려 떠나고

까맣게 속 태우며 사람들이 살던 탄광촌
새벽같이 떠나온 풀씨들 외딴 물가나
길 없는 산기슭 비탈에 기대 뿌리를 내리고
무연탄으로 묻혀 살던 사람들
살다 홀씨 되어 떠난 사람들

--
전원생활 하는 사람들은 도로와 강을 따라 간다. 여기에 유명한 산이나 계곡이 있다면 어딜 가나 전원생활을 목적으로 찾아와 터를 잡고 사람들이 많다. 수도권은 말할 것 없고 영동고속도로와 중앙고속도로가 닿는 강원도 원주나 횡성의 치악산 계곡과 평창강변, 주천강변 등의 지역과 서울-춘천간 고속도로를 따라 가면서 연결이 되는 홍천강변과 더 멀리 인제 내린천변, 중부고속도로가 닿는 충주호반이나 진천, 괴산 등으로도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
북한강을 따라 거슬러 올라가면 멀리 화천에서부터 춘천을 거쳐 청평으로 드는 강변길, 남한강 상류인 정선에서 영월, 단양을 거쳐 충주호반을 휘돌아 여주로 드는 길, 이곳을 따라 여행을 하다보면 곳곳에서 크고 작은 물줄기들이 서로 만나고 그 물길에 마을이 있고 사람들이 산다. 어디 물길뿐이겠는가. 물길에 닿아 있는 산속을 뒤지면 어떻게 알고 찾아와 언제부터 뿌리를 내리고 살까 할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터를 잡고 산다. 오래 전부터 사람들이 살다 떠난 빈집이 있고 떠난 자리에 살려고 들어와 새로 뿌리를 내린 사람의 집들도 본다.
그렇게 사는 사람들, 살다 떠난 사람들을 보면 풀씨를 많이 닮았다. 최근 귀농 귀촌자들이 매년 늘고 있다. 이런 사람들이 터를 내린 곳을 따라가 보면 어떻게 알고 여기까지 왔을까 할 정도로 외딴 곳들이 많다. 강원도 산마을에 숨겨진 계곡들을 찾아 가보면 더욱 그렇다.
그래서 사람들도 풀씨처럼 떠돌다 자리를 잡으면 뿌리를 내리고 산다. 그리 살다 또 떠난다.


김경래 OK시골 대표(시인) / www.oksigol.com

산마을 [사진= 김경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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