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 영남·친박 편중 인사 파문…‘人의 장막’ 재점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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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3-02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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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 [사진=청와대]


아주경제 최신형·김혜란 기자 = 2월 임시국회 회기 종료를 하루 앞둔 2일 박근혜 대통령의 ‘인(人)의 장막’ 논란이 재점화됐다.

5대 권력기관(검찰·경찰·국세청·감사원·공정거래위원회) 전원이 ‘영남권’ 인사라는 주장이 제기된 데다 여권 내 비박(非朴·비박근혜)계와 제1야당이 대통령 정무특보단의 국회의원 겸직 ‘위헌’ 논란에 불을 붙이면서 파장이 확산되는 모양새다. 박 대통령의 인사를 둘러싸고 범야권과 여권 내 비주류가 연대 전선을 형성한 것이다.

특히 국정지지율이 하락하는 상황에서 박 대통령의 최대 아킬레스건인 ‘인사 트라우마’ 논란이 재연, 정부의 ‘회전문식 인사’ 파문이 확산일로다. 박근혜 정부의 중간 평가 성격을 지닌 4월 보궐선거를 앞두고 여야의 치열한 기싸움이 불가피하게 된 셈이다.

박근혜 정부 3년차 초반 특정 지역(영남)의 편중 인사와 친박(親朴·친박근혜)계 돌려막기 논란이 맞물려 일어남에 따라 호남 등 ‘비영남권 소외론’이 극에 달할 전망이다. 당·정·청 간 소통의 승부수였던 정무특보단 신설이 오히려 ‘독’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얘기다.

◆5대 권력기관, 영남권 독식…‘박피아’ 파문

새정치연합의 ‘박근혜 정부 특정지역편중인사실태조사 TF(태스크포스)’ 단장인 민병두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5대 권력기관의 장은 현재 모두 영남 출신으로 나타났다”고 주장했다. 부산·경남(PK)과 대구·경북(KK) 출신이 정부부처나 공공기관의 고위직을 꿰차고 있다는 것이다.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와 우윤근 원내대표가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사진=남궁진웅 기자 timeid@]


야권이 ‘박피아’(박근혜+마피아) 의혹을 또다시 제기한 것은 인사 트라우마를 고리로 정국주도권을 빼앗으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또한 최근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 체제에서 불거진 인사 파문의 ‘대응논리’ 차원으로도 분석된다.

단장인 민 의원이 배포한 보고서에 따르면 국가 의전서열 1∼10위까지, 11명 중 8명이 영남권 출신이다. 대통령을 비롯해 △국회의장(정의화·경남) △대법원장(양승태·부산) △헌법재판소장(박한철·부산) △여당 대표(김무성·부산) △국회 부의장(정갑윤·울산) △감사원장(황찬현·경남) 등이다.

의전서열 33위까지 조사한 결과에서도 34명 가운데 15명(44.1%)이 영남권 출신인 것으로 조사됐다. 전·현직 국무위원 33명 중 영남권 출신은 11명(33.3%)인 반면, 충청권과 호남권은 각각 5명과 4명에 불과했다.

청와대 고위직(전·현직 비서관급 이상) 115명의 출신 지역을 살펴본 결과, 영남권 출신은 41명(35.7%)에 달했다. 5대 권력기관(검찰은 검사장급 이상, 나머지는 국장급 이상) 고위직 168명 중 71명인 42.3%가 영남권(부산·경남 37명, 대구·경북 34명)으로 나타났다.

◆소통 매개체 ‘정무특보단’ 위헌 논란, 왜?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여권 내 비주류와 새정치연합은 현역 의원 대통령 정무특보단 임명을 고리로 박 대통령에 파상공세를 폈다. 앞서 박 대통령은 측근인 주호영·김재원·윤상현 의원을 대통령 정무특보로 임명했다.
 

박근혜 정부 출범 3년차를 맞은 2015년 2월 24일 부산·경남의 민심은 싸늘했다. 여도(與道)냐, 야도(野道)냐의 갈림길에 선 부산·경남의 현재는 ‘이제는(인물)과 그래도(당)’의 전투장이었다. [사진=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


파문은 여야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나왔다. 먼저 새누리당 김태호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국회의원은 국무총리와 국무위원 외에는 겸직할 수 없다고 규정돼 있다”며 “일부 법률전공자와 언론 등에서 위헌성 여부까지 제기하고 있다”고 포문을 열었다.

실제 국회법 제29조와 제29조의2에 따르면 국회의원은 국무총리 또는 국무위원 직 이외의 다른 직을 겸직할 수 없으며,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업무에도 종사할 수 없다. 공익 목적의 명예직 등은 예외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국회 윤리심사자문위의 자문을 받아 허용 여부를 결정한다.

김 최고위원은 정의화 국회의장을 향해 “위헌성 여부가 있는지, 국회의원직을 수행하면서 정무특보의 역할을 할 수 있는지 판단해서 결정해주는 것이 논란을 잠재우는 일”이라며 청와대 인사를 국회로 끌어들였다.

야권은 한발 더 나아가 “대통령 정무특보와 국회의원 중 하나를 사퇴하라”고 총공세를 폈다.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는 같은 날 국회에서 최고위원회의에서 “청와대가 여당을 장악하고 관리해야 할 하부기관으로 여기지 않는 이상 할 수 없는 인사”라고 이같이 말했다.

여권 내 권력의 추에서 멀어진 비주류와 최근 2·8 전국대의원대회의 컨벤션효과(정치적 이벤트 이후 지지율이 하락하는 현상)가 끝난 제1야당이 박근혜 정부의 인사를 고리로 ‘공통분모’를 형성했다는 분석도 이런 맥락에서 나온다. 

여야의 파상공세에는 집권 3년차를 맞아 소통 강화에 나선 박 대통령이 국정주도권을 쥐려하자 소통 창구인 ‘정무특보단’을 흠집 내 판을 흔들겠다는 의도가 담겼다는 얘기다.

이날 공개된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의 2월 넷째 주 정례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0%포인트)에 따르면 새정치연합의 지지율은 32.9%로, 3주 만에 하락했다. 새누리당의 지지율은 35.1%, 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35.3%였다.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은 이날 아주경제와 통화에서 “박 대통령이 당·정·청·야 등 4자간 관계에서 주도권을 잡겠다는 의도를 드러내자 권력에서 소외된 비박과 인사 논란을 일으킨 제1여당이 이념적 이슈가 아닌 정부 인사를 건드린 것”이라며 “다만 이 문제가 박근혜 정부에 유리하지도 않지만, 크게 불리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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