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금리인하로 턱밑까지 닥친 환율전쟁, 한국은?

[아주경제 DB]

아주경제 박선미 기자 = 오는 12일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압박이 커지고 있다. 중국이 3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인하하면서 이른바 '환율전쟁'의 판이 커졌기 때문이다.

대내적으로는 실물지표가 좋지 않다. 1월 수출·입 모두 뒷걸음질쳤고, 광공업생산도 6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떨어졌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중국의 기준금리 인하에 대해 인민은행이 통화정책 변화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밝혔지만 2분기 중 지급준비율을 인하 등 '돈풀기' 행보가 계속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치훈 국제금융센터 연구위원은 “중국의 지급준비율은 평균 19%로 과도하게 높기 때문에 대내외 금리차 등 부작용이 적어 지준율 인하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문제는 중국이 금리 인하에 나서면서 글로벌 환율전쟁도 격화할 것이라는 점이다. 올 들어 스위스, 캐나다, 브라질, 러시아 등이 기준금리를 인하했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설에 힘이 실리는 대목이다.

윤여삼 대우증권 연구원은 "환율전쟁으로 대변되는 주요국의 경쟁적인 통화정책 완화 분위기는 상대적으로 강세인 원화가치에 대한 고민을 더욱 깊게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윤창용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중국도 통화완화를 바탕으로 위안화 약세를 유도하며 사실상 글로벌 환율전쟁에 동참했다"며 "일본, 유로존, 중국 등 한국의 주요 수출 경쟁국이 경쟁적으로 통화완화 정책을 시행 중인 만큼 이에 대한 대응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여기에 호주는 한달 만에 또 기준금리를 낮출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블룸버그통신과 호주언론들은 호주중앙은행이 지난달 3일 기준금리를 현행 2.5%에서 2.25%로 낮춘 데 이어 3일 정책회의에서 추가 인하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호주중앙은행이 이미 기록적으로 낮은 수준으로 금리를 낮췄지만 기대만큼 경제가 살아날 조짐을 보이지 않자 다시 2%로 하향조정한다는 것이다.

대내적인 경기지표도 좋지 않다. 이날 한은이 발표한 '1월 국제수지'에 따르면 경상수지는 35개월 연속 흑자행진을 이어갔지만 내수부진으로 수출보다 수입 감소폭이 큰 데 따른 것이어서 '불황형 흑자'에 대한 우려가 점점 커지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1월 광공업생산 증가율은 -3.7%로 3개월 만에 감소세로 전환됐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발생 직후인 2008년 12월 -10.5%를 기록한 이후 6년 1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떨어진 것이다.

경기회복 지연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한은의 통화정책에도 이목이 쏠리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이날 추가 기준금리 인하와 관련해 "판단은 한은에 맡기겠다"면서도 "금리 인하는 성장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인하에 긍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다만 한은이 환율전쟁에 동참할 지는 미지수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달 23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경제상황이 어려워진다면 (기준)금리로 대처해야 한다"며 "한 방향으로 말할 수 없고, 적절한 방향으로 운용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각국의 금리 인하 경쟁을 '환율 전쟁'이라고 표현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입장도 재차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