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장봉현 기자 =수년째 '녹물 수돗물'이 검출돼 전남 광양시민 건강이 위협받고 있는 가운데 광양시가 오염 원인을 알고도 이를 방치해왔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특히 광양시는 녹물 수돗물 파동에도 아파트 배관과 보일러 문제라며 '안심하고 먹어도 된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해 왔지만 조사 결과 근본 원인은 원수(식수원)에서 유입된 망간 성분에 따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 결과에 따라 광양시가 적절히 대응했다면 4년째 겨울철 녹물 발생으로 인한 시민 불안감은 줄일 수 있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광양시 탁수발생 원인 조사위원회'는 지난 2일 광양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위원회 구성 이후 3차례에 걸친 수질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위는 "일부 공동주택 온수에서 발생된 탁수는 수어댐 원수에서 유입된 망간이 보일러 열에 가해져 산화반응에 의해 색도 변화가 유발된 것"이라고 밝혔다.
겨울철 식수원인 수어댐 물의 밀도가 높아지면서 망간 등 중금속이 함유된 저질토가 위로 올라오는, 이른바 턴오버 현상이 1차적인 원인이라는 설명이다.
조사위는 "정수장에서 완전히 제거되지 않은 망간이 함유된 수돗물이 가정까지 도달해 보일러로 가열돼 보일러 하부에 침전물이 생기고, 쌓였던 침전물이 한꺼번에 배출되면서 붉은 색의 탁수로 나왔다"고 말했다.
이어 "보일러 온수를 계속해서 사용할 경우 초기에 보일러 내부 망간침전물이 모두 배출되고 나면 탁수현상이 관찰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조사위는 광양시에 원수와 수돗물의 상시 모니터링, 정수장에 망간의 자동분석 및 감시 시스망간 처리시설을 설치 등을 권고했다.
조사위의 이 같은 조사 결과는 그동안 광양시가 녹물 파동에도 줄곧 '수돗물은 안전하다'며 '터무니없는 불신 조장에 동요할 필요가 없다'는 발표를 정면으로 뒤집는 것이다.
더욱이 광양시는 수돗물은 전혀 문제가 없다면서도 수질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광양시의회에 '정수장 망간 제거 시설 설치'를 위해 1억5000만원의 추경 예산을 편성했다.
망간 등 중금속을 산화시키는 역할을 하는 염소이온 농도도 지난해의 경우 동절기가 하절기에 비해 무려 2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종합해 보면 이미 망간으로 인해 녹물 수돗물이 나온다는 것을 알면서도 고의로 덮으려 했다는 의혹을 피할 수 없는 대목이다.
그런데도 광양시는 수년째 제기돼 온 민원에 원인 규명과 대책을 수립하기는커녕 사태가 확산되자 언론탓, 특정 일부 세력의 여론작업이라며 무대책으로 일관해 왔다.
이에 대해 광양시 관계자는 "수돗물 검사는 정기적으로 실시해 기준치를 초과한 적은 없었다"며 "알면서도 숨기려고 했다는 지적은 사실이 아니다"고 해명했다.
광양시는 뒤늦게 관련부서 책임자에 대한 문책성 인사와 함께 조사위의 권고사항을 수용하기로 했지만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라는 비판을 면하기는 어렵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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