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배상희 기자 = 대규모 고속철도 사업을 놓고 태국에서 치열한 수주경쟁을 펼치고 있는 중국과 일본의 눈치싸움이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중국의 승리로 점쳐졌던 이번 경쟁에서 태국 정부가 돌연 일본으로 기우는 듯한 움직임을 보이고 나선 데 따른 것이다.
중국 텐센트재경(騰訊財經)이 3일 일본 언론을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최근 태국 교통부는 중국이 고속철 사업에 대한 대가로 지원하기로 한 차관을 받지 않는 대신 일본이 제안한 공적개발원조(ODA) 저리 차관을 받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말까지 전 세계로 빠르게 뻗어나갔던 중국의 전방위적인 '고속철 세일즈'가 최근 일본이 앞세운 '저리 차관' 전략에 밀려나는 모양새다.
태국 교통부는 중국의 차관을 받지 않기로 한 배경에 대해 "이자율이 과도하다"는 점을 제시했다.
중국과 태국 정부는 지난해 12월 동북부 국경지대인 농카이와 동남부 산업지대인 라용을 잇는 길이 867㎞의 철도 건설 계획을 승인했다. 이는 약 13조5000억원이 투입되는 대규모 건설 프로젝트로, 태국 정부가 해외국가와 체결한 최초의 고속철 수주계약이라는 점에서도 주목을 받았다.
중국은 철도건설 계약을 체결하면서 태국에 이자율이 각각 2%, 4%인 인프라 차관과 철도시스템운영관리 차관을 제공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반면, 일본이 제안한 공적개발원조(ODA) 이자율은 1%에 불과하다.
이 고속철 건설 계획은 올해 시공에 들어갈 예정이었으며 기술에서부터 건설기준, 설비까지 모두 중국의 방식을 따르기로 돼 있었다.
일본 정부는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신간센 철도'임을 강조하며 태국에서의 고속철 수주계약에 자신감을 드러내왔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중국이 태국의 고속철 계약을 따내자 당시 일본 언론매체는 '짝퉁'이 '정품'을 눌렀다며 조롱섞인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태국 정부가 중국에서 일본으로 돌아선 데에는 태국 고속철 수주를 따내기 위해 적극적 공세를 펼친 일본 정부의 노력이 한 몫을 했다는 평가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지난해 프라윳 찬-오차 태국 총리와 회담에서 철도를 비롯한 태국의 기초시설 사업에 대해 적극적인 관심을 표명했다.
찬-오차 총리는 지난해 말과 올해 중국과 일본을 잇달아 방문해 베이징(北京)∼톈진(天津)을 잇는 중국철도와 도쿄-오사카 구간을 잇는 신칸센을 비교체험했다.
그는 이달 6일 일본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우리의 최종 목표는 일본 신칸센을 들여오는 것"이라며 사실상 일본의 손을 들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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