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장기영 기자 = #1. 경기 안양시 동안구 평촌동 ‘꿈라이프’에 거주 중인 김모(45)씨는 오는 5월 전세 재계약을 앞두고 한숨이 깊다. 전셋값이 처음 계약을 했던 2년 전에 비해 1억원 넘게 올랐기 때문이다. 초등학생과 유치원생 자녀를 둔 김씨는 단지 양 옆에 초등학교가 있는 이곳에 계속 살기 위해 은행에서 대출을 받을 생각이다.
#2. 경기 의왕시에 살고 있는 주부 강모(48)씨는 매일 밤 학원을 마친 고등학생 딸을 집까지 데려오기 위해 평촌동 학원가로 향한다. 의왕과 안양을 오가는 번거로움을 덜기 위해 평촌에 전셋집을 얻으려 했지만 전셋집이 워낙 귀한데다 그나마 있는 물건도 가격이 비싸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대규모 학원가가 형성되면서 ‘제2의 대치동’으로 떠오른 평촌신도시에 학교와 학원을 찾아 움직이는 전세수요가 몰리고 있다.
대형은 물론 중소형 아파트 전셋값도 2년 사이 1억원 이상 뛰었고, 이마저도 매물이 자취를 감춰 학부모들은 비상이 걸렸다.
4일 부동산114와 평촌동 소재 공인중개업소에 따르면 꿈라이프 전용 154㎡의 전세가격은 지난달 말 4억7500만원으로 2013년 2월 말 3억2500만원에 비해 1억5000만원 상승했다.
같은 기간 전용 110㎡의 전세가격 역시 2억9000만원에서 4억원으로 1억1000만원 올랐다.
꿈라이프는 평촌역 방향을 기준으로 왼쪽에 귀인초와 백영고, 오른쪽에 민백초가 있어 학부모들 사이에서 가장 인기가 높은 단지 중 하나다.
꿈라이프 대각선으로 귀인중과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둔 ‘꿈한신’도 비슷한 가격 흐름을 보이고 있다.
꿈한신 전용 116㎡은 3억1500만원에서 4억6000만원으로 1억4500만원, 전용 96㎡은 2억8500만원에서 3억9000만원으로 1억500만원 오른 전세시세가 형성됐다.
P공인 관계자는 “서울 강남의 좋은 학교 주변 아파트의 전셋값이 비싸듯이 평촌도 학교나 학원과의 거리에 따라 가격에 차이가 난다”며 “최근 전체적으로 전셋값이 많이 오른 상황에서 교육 수요까지 늘어 매물은 별로 없고 가격은 계속해서 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평촌동 일대 아파트의 가파른 전셋값 상승세는 각종 학원과 독서실이 밀집한 학원가사거리 방향 중소형 아파트로 이어진다.
단지 하나만 지나면 학원가에 닿을 수 있고 뒤편에 평촌초, 평촌중이 있는 ‘향촌현대5차’나 향촌현대5차 대각선으로 평촌초 바로 옆에 위치한 ‘향촌롯데’가 대표적인 예다.
향촌현대5차 전용 59㎡는 2억1000만원에서 3억1000만원으로, 전용 84㎡는 2억7500만원에서 3억7500만원으로 각 1억원씩 전셋값이 올랐다. 상대적으로 학부모들의 선호도가 높은 전용 84㎡의 경우 2년 전에 비해 최대 1억3500만원 오른 4억~4억1000만원에도 전세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향촌롯데의 전세가격은 전용 59㎡가 2억1000만원에서 3억1000만원으로 1억원, 전용 84㎡가 2억8500만원에서 3억9000만원으로 1억500만원 상승했다.
I공인 관계자는 “평촌동 학원가는 서울 강남의 대치동 다음으로 좋은 학원이 많이 모여 있는 곳이어서 산본이나 의왕에서도 학생들이 몰린다”며 “다른 지역에서 차로 학원가까지 이동하려면 시간이 걸리다 보니 길만 건너면 바로 오갈 수 있는 평촌에 전셋집을 얻으려는 이들이 많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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