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 2016년 총선 전초전인 ‘3석(서울 관악을·경기 성남 중원·광주 서구을) 대첩’이 시작됐다. 2월 임시국회를 마친 여야가 4·29 재·보궐선거 체제로 본격 전환, ‘죽느냐 사느냐’의 치킨게임에 돌입한 것이다.
앞서 새누리당이 2곳의 후보를 확정한 데 이어 4일 새정치민주연합 공직선거후보자추천관리위원회(공천위)가 3곳의 경선 후보자를 발표하며 ‘진검승부’를 예고했다.
이번 재보선은 헌법재판소의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으로 치러지는 데다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 체제 이후 첫 시험대인 만큼 향후 정계개편의 방향타 역할을 할 전망이다. 미래권력인 ‘김무성(새누리당 대표) 대 문재인’ 결과에 따라 정국이 요동칠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특히 새누리당 안덕수(인천 서구을) 의원 회계책임자의 대법원 판결도 임박, 결과에 따라 판이 한층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 급락과 청와대 인사 논란, 증세 등을 둘러싼 당·정·청 갈등이 맞물린 상황에서 여권이 참패할 경우 ‘헤쳐모여식’ 정계개편이 정치권 전반으로 확산할 수 있다는 얘기다.
◆“2승 1패냐, 1승 2패냐”…천정배 탈당 변수
현재 확정된 3곳의 재보선 지역은 모두 옛 통진당 의원의 지역구다. 3곳 모두 ‘야권 텃밭’이라는 얘기다. 범야권이 2승을 거두지 못한다면, 사실상 패배나 다름없다는 분석도 이런 맥락에서 나온다.
먼저 치고 나간 쪽은 새누리당이다. 이미 새누리당 재보선 기획단(단장 이군현 사무총장)은 서울 관악을(오신환 당협위원장)과 경기 성남 중원(신상진 전 의원) 후보를 확정했다. 광주 서구을에는 정승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이 물망에 올랐다.
새누리당은 한 관계자는 “우리 쪽에서 먼저 후보를 정하면서 지역구를 누비고 있는 상황”이라며 “변수는 야권연대 여부에 달린 게 아니냐”라고 말했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쪽은 야권이다. 새정치연합이 이날 재보선 경선 후보자를 발표했으나, ‘전략공천 불가’ 방침에 따라 중량감 떨어지는 후보들이 ‘그들만의 리그’를 형성했다.
서울 관악을에선 김희철 전 의원·정태호 전 청와대 대변인, 경기 성남 중원을에선 김창호 전 국정홍보처장·은수미 의원·정환석 지역위원장·홍훈희 변호사, 광구 서구을은 김성현 전 광주광역시당 사무처장·김하중 전남대 로스쿨 교수·조영택 전 국무조정실장이 각각 경선을 펼친다.
이 와중에 천정배 전 법무부 장관은 이날 새정치연합을 전격 탈당, 광주 서구을 보선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
범야권이 제1야당과 정의당, 새정치연합 정동영 전 상임고문이 합류한 국민모임 창당주비위, 옛 통진당 세력, 무소속 등으로 분열함에 따라 ‘반(反) 박근혜’ 결집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메가톤급 변수가 발발하지 않은 이상, 4월 재보선은 ‘일여다야(一與多野)’ 구도로 치러질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야권분열의 현실화가 이번 재보선의 최대 변수라는 의미다.
새정치연합 당 지도부가 이번 재보선 승패 분기점을 ‘1승 이상’이라고 한 발 뺀 까닭도 이와 무관치 않다. 야권이 남은 기간 ‘전략적 승부수’를 던지지 못한다면, 텃밭인 광주 서구을 이외의 승리는 장담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19대 총선 최소 0.7%p차…투표율↓ 관건
실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19대 총선 득표율 집계 현황에 따르면 관악을(옛 통진당 이상규·새누리당 오신환 후보)과 성남 중원을(옛 통진당 김미희·새누리당 신상진 후보)의 1∼2위 격차는 5599표(4.9%포인트)와 654표(0.70%포인트)에 불과했다.
야권 텃밭인 광주 서구을(옛 통진당 오병윤·새누리당 이정현 후보)에서만 9030표(12.7%포인트) 차이가 났다. 19대 총선에서 범야권이 선거연대로 총결집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야권 분열로는 승산이 없다는 셈법이 나온다.
낮은 투표율도 변수다. 19대 총선 당시 세 지역구의 투표율은 △53.80%(서울 관악을) △60.10%(경기 성남 중원) △59.50%(광주 서구을)였다.
법정 공휴일이 아닌 평일에 치러지는 재보선의 투표율은 20% 초·중반에 그친다. 범야권 지지층의 투표 참여 제약이 야권 분열과 맞물릴 경우 가뜩이나 낮은 투표율을 더 끌어내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재보선 곳곳에 범야권을 수렁으로 몰아넣을 수 있는 ‘지뢰밭’이 즐비한 셈이다.
야권이 기대하는 것은 ‘재보선=여권 텃밭’ 공식이다. 실제로 참여정부 당시 열린우리당은 22곳의 재보선에서 ‘전패’했다. 이명박 정부 역시 2009년 4·29 재보선에서 ‘0대 5’로 참패했다. 이후에도 △‘2대 3’(같은 해 10·28 재보선) △‘1대 2’(2011년 4·27)로 졌다. 2010년 7·28 재보선만 ‘5대 3’으로 이겼다.
문제는 ‘선거의 여왕’인 박 대통령이 집권하자 판세가 뒤바뀌었다는 점이다. 2013년 4·24 재보선은 ‘2대 1’, 10·30 재보선은 ‘2대 0’, 2014년 ·7·30 재보선은 ‘11대 4’로 여당이 모두 이겼다. 박근혜 정부 들어 재보선 공식이 깨진 것이다.
윤희웅 민컨설팅 여론분석센터장은 이날 아주경제와 통화에서 “1차적으로 공천을 마친 여당에 맞서 야권이 공천 과정에서 얼마만큼 잡음을 최소화하느냐, 그리고 범야권의 분열 현실화 등이 변수”라며 “야권이 지지층의 적극적인 투표 참여를 얼마나 독려할지도 관심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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