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영화 '살인의뢰' 포스터]
사형제도 집행에 대한 찬반 여부는 뜨거운 감자이다. 종교단체, 인권단체에서는 완전한 사형제도 폐지를 주장하고 있다. 지난 15대 국회에서 사문화된 조항이라며 사형폐지법안이 제출됐지만 통과되지는 못했다.
사회적으로 강력범죄들이 발생할 때마다 사형을 집행하라는 여론도 거세다. 김길태, 유영철, 조두순과 안양 초등학생 납치 살해 사건 등은 범국민적 공분과 함께 사형제도 완전 폐지 반대하는 국민정서를 높였다.
영화 ‘살인의뢰’(감독 손용호·제작 미인픽쳐스)는 ‘법적 심판’과 피해자 가족의 ‘사적 복수’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만든다.

[사진=영화 '살인의뢰' 스틸컷]
아내의 죽음을 받아들일 수 없었던 승현은 복수의 칼날을 갈기 시작한다.
‘살인의뢰’로 첫 메가폰을 잡은 손용호 감독은 신인답지 않은 연출력을 뽐낸다. 카메라 워크는 관객들에게 최적화돼 있다. 시종일관 긴장감을 늦추지 못하게 만든다. ‘이쯤에서 터지겠지’라는 예상을 보기 좋게 빗나가게 만든다. 놀라움은 배가된다.
배우들의 호연 또한 볼거리다. 3번째로 형사 역할에 도전한 김상경은 동생이 살해당한 시점과 3년 뒤를 표현하기 위해 일부러 살을 찌우고 빼기도 했다. 김성균은 사랑하는 아내를 잃은 슬픔을 메소드 연기로 풀어냈다. 죽고 싶어도 죽을 수 없는 심정을 매끄럽게 연기했다.
압권은 박성웅. 악역의 정점을 찍겠다는 의지가 느껴진다. 절대악인 연쇄살인마 연기를 위한 노력이 엿보인다. 탄탄한 몸매를 자랑한 박성웅과, 김의성의 목욕탕 격투신은 두고두고 회자될 전망이다.
물론 아쉬움도 남는다. ‘살인의뢰’는 앞서 개봉된 강력범죄를 다룬 작품들의 클리셰가 보인다. 결말과, 그 결말을 향해 전개되는 스토리가 비슷하기 보다는 장면마다 떠오르는 영화들이 있다. ‘추격자’에서 지영민(하정우)이 살인을 저지른 집과 구조가 비슷한 곳. ‘살인의 추억’을 기억하게 하는 억새숲과 이단 옆차기. ‘악마를 보았다’에서 본 것 같은 시체를 찾는 장면 등이 그렇다. 조강천이 현장검증을 하는 장면은 뉴스에서 본 것만 같다.
무거운 주제로 인해 ‘웃음’이라는 여유를 두지 않은 점도 아쉬운 부분이다. 청소년관람불가로 오는 12일 개봉. 러닝타임은 102분.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