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법 위헌 논란, 대체 왜?…변협 헌법소원 청구

언론인·사립교원 포함 위헌 소지 다분… 연좌제 우려

아주경제 석유선 기자 =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수수 금지법)이 논란 끝에 국회를 통과되자마자 4일 본격적인 위헌 논란에 휩싸였다. 국회를 통과한 김영란법 가운데 위헌 요소를 집중 점검했다.

◆언론인·사립 교원 등 민간영역 포함 위헌 소지 충분

우선 언론인과 사립학교 이사장 및 교직원 등 민간 부문 종사자를 법 적용대상에 포함시킨 부분에 대해서는 전문가들 대다수가 위헌 소지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공법상 권력관계란 ‘국가와 기타 행정주체에 대해 공권력의 주체로서 개인에 대해 우월적 지위를 인정하고 그에 따르는 행위에 특수한 법적 효력을 인정하는 법률관계’로 정의된다.

즉 각종 인허가, 규제, 처벌 등의 권한을 갖고 있는 고위 공무원 등을 규제하자는 것이 당초 이 법안의 취지였는데 대상자가 사립학교 교원, 언론사 기자 등으로 확대되는 과잉 입법을 자초한 것이다. 이상민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은 적용 대상 확대에 대해 "위헌소지가 있고 과잉 입법"이라며 여러 차례 반대한 바 있다.
 

김영란법 위헌소지 논란을 야기하고 있는 부정청탁 처벌 대상과 처벌 수위[사진=YTN 화면 캡처]

최병대 한양대 행정학과 교수는 형평성 문제를 지적하며 “공적인 기능을 하는 대상으로 법 적용을 확대한다면 시민단체와 변호사, 의사 등 다 넣어야 한다”며 “단계적으로 공직자를 우선으로 하고 점진적으로 대상을 확대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헌 시민과함께하는변호사들 공동대표는 “언론인들이 취재원과 식사만 해도 수사 대상에 오를 수 있기 때문에 민주정치의 기본인 언론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크다”며 “사립 교원의 경우에도 사학의 자유를 침해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배우자 불고지죄’ 조항, 형사법과 충돌

다음으로 위헌 논란이 제기되는 것은 이른바 배우자의 ‘불고지죄’ 조항이다. 법안은 법 적용 대상에 가족 중 배우자만 남겨두되, 공직자가 배우자의 금품수수 사실을 인지했으면 배우자를 반드시 신고토록 했다.

이는 형사법 체계와 충돌해 위헌 소지가 다분하다는 지적이다. 검사 출신으로 전날 본회의에서 김영란법에 반대표를 던졌던 새누리당 김용남 의원은 “우리나라 형법은 죄를 지은 범인을 숨기거나 도피하게 한 사람이 범인의 친족이나 가족이면 범인은닉죄로 처벌하지 못하는데 김영란법의 불고지죄 조항은 범인은닉죄 정신과 정면 충돌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배우자가 금품을 받았을 경우 공직자를 처벌토록 한 조항도 헌법에서 금지한 ‘연좌죄’에 해당한다는 지적도 있다.

‘100만 원 이상 금품수수 시 대가성 불문하고 처벌’ 조항 역시 전문가들은 법의 구체적 내용에 대해 ‘검찰권 남용’의 우려 등 위헌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이 법이 형벌 벌률인 만큼 범죄에 대한 구체적인 처벌 기준이 없어 죄형법정주의 상 명확성의 원칙에 위배된다는 이유에서다.

금품수수와 달리 부정청탁의 개념과 행위 유형 등은 모호해서 문제다. 이 경우 검찰이나 사법당국이 무조건 적발하고 보자는 식으로 권력을 남용하는 검찰공화국, 사법공화국이 될 수 있다는 우려로 위헌 논란이 제기된다.

신율 명지대 정외과 교수는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 식이 될 수 있다. 표적수사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전우현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부정청탁 행위 유형을 명시한 규정이 모호한데, 특히 ‘기타 사회 상규에 어긋나지 않는 행위’ 등 부분은 정밀하게 규정돼야 한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