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헬머니’ 속이 뻥…욕이 원래 이렇게 시원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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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3-05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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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영화 '헬머니' 포스터]

아주경제 권혁기 기자 = [리뷰] ‘헬머니’ 속이 뻥…욕이 원래 이렇게 시원했나요?(권혁기) 오전 8시
‘욕’이란 사전적 의미로 ‘남의 인격을 무시하는 모욕적인 말’ 또는 ‘매우 수고스러운 것을 속되게 이르는 말’이다. 속담이나 관용구로는 ‘욕은 욕으로 갚고 은혜는 은혜로 갚는다’ ‘욕을 먹고 살아야 오래 산다’ ‘욕이 금인 줄 알아라’ 등이 있다.

욕은 예부터 우리 주변에 있어 왔다. 보통은 욕을 쓰면 저급한 사람으로 취급했던 것이 사실이다. 이런 욕을 영화의 소재로 삼은 작품이 바로 ‘헬머니’(감독 신한솔·제작 전망좋은영화사)이다.

‘헬머니’는 고삐리 일진부터 디스전문래퍼, 자갈치 할매, 욕쟁이 경찰, 지하철 막말녀 등 전국 각지 욕의 고수들이 한자리에 모인 세계 최초 대국민 오디션 ‘욕의 맛’이 전파를 타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담았다. 차마 입에 담지 못할 욕들이 영화에는 담겼다. 문화적인 가치가 있다고 평가될 정도로 맛깔난 욕을 구사하는 헬머니(김수미)는 교도소에서 출소한 후 아들 승현(정만식)과 주현(김정태)을 찾아 나선 후 ‘욕의 맛’ 양PD(이영은)로부터 출연 제안을 받는다. 둘째 아들 주현과 며느리(정애연)를 위해 상금 3억원을 향해 욕배틀에 참가한다.

헬머니는 현란한 욕실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주둥이에다가 오줌 싼 것도 아니고. 왜 이렇게 찐내가 메주 쑨 내랑 섞여서 나뿐대?”라는 욕설부터, 공원에서 담배를 피우다 방송국 조연출(최규환)이 불을 빌리려고 하자 “공원에서 담배 못펴 가. 이 XX놈아! 나는 노인네라 괜찮아”라고 말한다.

이태원에서 술집을 운영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흑인들이 구사하는 영어 욕까지 마스터했다.
 

[사진=영화 '헬머니' 스틸컷]

영화의 9할에 김수미가 출연한다. 배우 김수미의 관록과 경험이 그대로 녹아져 있다. 러닝타임 108분 동안 관객을 웃게도, 울게도 만든다. 김수미의 욕은 욕처럼 들리지 않는다. 속 시원한 ‘어록’처럼 귀에 쏙쏙 들어온다. “이제 마지막 욕 연기”라는 말을 실현할 것만 같을 정도로 열연을 펼쳤다.

정만식, 김정태, 이태란, 정애연, 이영은, 최규환, 정명옥, 김원해 그리고 아역 이아인, 샘 해밍턴, 샘 오취리까지 각자의 위치에서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할미넴’ 김영옥은 영화의 클라이맥스를 담당한다.

‘헬머니’는 웃음만 주지 않는다. 누구든 가슴 한 켠에 쌓아왔던 ‘화’을 풀어낼 수 있게 해준다. 영화 속 한 스튜디어스가 “라면 처 먹지 말고 기내식만 먹어”라고 말하는 부분은 속이 후련하다.

혹시라도 주변에 속이 상해 있는 사람이라면 ‘헬머니’를 추천해보길 권한다. 정도의 차이는 있어도 가슴이 ‘뻥’ 뚫리는 기분이 들지도 모른다.

김수미, 정만식, 김정태, 이태란, 정애연, 이영은, 아역 이아인, 샘 해밍턴, 샘 오취리, 김영옥 등이 출연한다. 청소년관람불가로 내달 5일 개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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