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들은 금융업간 벽을 허물고 고객 편의를 높이기 위해 자유롭게 고객 계좌를 만들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반해 은행들은 재벌 대기업 계열 보험사의 운신 폭이 더욱 커질 것이라며 우려를 내비치고 있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정부가 올해 경제정책방향에서 보험사의 지급결제를 제한적으로 허용하는 방안을 추진한다고 밝히자 은행과 보험사간 치열한 로비전이 펼쳐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최근 은행장 10여명이 관련 입법을 담당하는 국회 정무위원장을 만나 입장을 전달했다. 이어 바로 다음날 보험사 사장 9명이 정무위원장과 이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은행들 역시 이번에도 쉽게 물러나지 않겠다는 눈치다. 보험사에 결제계좌를 허용하면 은행과 같은 역할을 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보험사 계좌를 통해 급여 이체, 카드대금 결제, 공과금 납부, 자동이체 등 은행의 인터넷뱅킹과 똑같은 업무를 볼 수 있다.
은행연합회 관계자는 "보험사의 지급결제 요구는 보험사가 은행이 되고자 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특히 재벌 계열 보험사의 경우 은행을 소유하는 것과 다름없어 은행과 기업간 장벽을 세운 '은산분리'의 근간이 무너질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이와 함께 예대마진 축소로 은행의 수익은 크게 줄어든 것과 반대로 보험사의 전체 순이익이 은행과 비슷한 수준으로 커진 상황에서 지급결제 기능마저 허용하면 보험사에게 날개를 달아주는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하지만 보험사들은 이같은 은행들의 주장에 대해 터무니없다는 반응이다.
저축은행, 우체국, 증권사 등 다른 금융사들에게 허용됐고 핀테크 바람을 타고 IT기업에게도 지급결제 기능을 허용하려는 추세인데, 보험사에만 유독 이를 허용치 않는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생명보험협회 관계자는 "금융업종간 칸막이를 허물어 고객이 '원스톱 금융 서비스'를 누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금융정책의 근간인데 이를 무시하고 기득권에만 집착하는 것은 시대에 역행하는 자세"라고 비판했다.
더구나 보험사에 대한 지급결제 허용으로 소매금융 부문에서 치열한 경쟁이 일어나면, 그 혜택이 고스란히 금융 소비자에게 돌아갈 수 있다고 보험사들은 주장하고 있다.
즉 지난 2009년 증권사에 지급결제가 허용된 후 고객들은 증권사 종합자산관리계좌(CMA)를 이용하면서 보다 높은 금리를 누릴 수 있었는데, 이같은 효과가 보험사에서도 기대된다는 설명이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은행이 독점하고 있는 월급통장을 보험사에서 유치하려면 당연히 보다 높은 금리로 유인해야 하지 않겠느냐"며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고객이 얻는 혜택이 커지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한 것 아니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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