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초대석] 이수구 총재 “개성공단 활용 남북 보건의료 교류로 통일에 기여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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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3-06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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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국제보건의료재단 이수구 총재가 서울 중구 한국국제보건의료재단 사무실에서 아주경제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유대길 기자 dbeorlf123@]


아주경제 조현미 기자 = "개성공업지구를 남북 보건의료 교류의 장으로 활용해야 합니다. 북한 주민의 심각한 건강 문제와 영·유아의 영양결핍 문제는 통일 후 한반도 건강의 질을 저하시킬 가능성이 높습니다. 따라서 현재 유일하게 남북 교류가 이뤄지고 있는 개성공단을 통해 이를 해결해야 합니다."

이수구 한국국제보건의료재단(KOFIH) 총재는 '북한 주민의 건강 수준을 높일 보건의료 지원'을 재단의 주요 사업으로 꼽았다. 그는 "이같은 지원은 통일 터 닦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2014년말 현재 개성공단에 소속된 북한 근로자는 5만3763명이다. 2005년 대비 8.8배나 증가했다. 하지만 진료 시설은 열악하고 의료진도 턱없이 부족한 상태다. 기초적인 건강검진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 총재는 개성공단에 건강검진실을 설치해 북측에서 자주 발생하는 결핵 등의 감염병을 조기 예방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남측 근로자에게 확산되는 것도 막고 국내 유입 등을 사전에 예방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치과의사 전문의인 그는 구강보건과 모자보건 사업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모성사망률과 영아사망률은 한 나라의 보건 상태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지표다. 북한의 1세이하 영아사망률은 1000명당 22명으로 남한의 7배, 산모사망률은 4배가 높다.

이 총재는 "개성공단 근로자의 70%를 차지하는 여성 특히 가임여성 근로자에 대한 산전·산후 검사 등을 지원하는 모자보건 기능강화 시범사업을 추진해야 한다"며 "구강으로 감염되는 질환이 많은 만큼 구강보건을 위한 대형 치과병원을 설립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북한 주민에 대한 보건의료 지원이 통일에 기여할 것이란 주장은 그의 경험 때문이다.

이 총재는 남북치의학류협의회를 통해 2004년 북한 금강산관광구역 배후 지역에 위치한 온정리인민병원 내 치과진료소를 만들어 현지 주민에게 치과 진료를 하고, 북한 치과의사들에게 최신 치과 기술을 전수했다.

이 과정에서 북한 주민들의 남한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경험했다. 북한 의사들 역시 남한 의료진에 우호적인 태도를 보였다.

그의 기대는 조금씩 현실화되고 있다. 재단은 통일부와 보건복지부 등 관계부처의 협력으로 지난해 북측 진료소 안에 치과실을 개설했다. 조만간 본격적인 운영에 들어갈 예정이다.

이 총재는 "현재 남북관계 여건상 국제기구나 국제 비정부기구(NGO)를 통한 보건의료 지원사업이 제한적으로 추진되고 있다"며 "이번 진료시설 개설은 남북 당국간의 사업 채널 구축과 직접 교류의 계기가 가능성도 있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한국국제보건의료재단 이수구 총재가 서울 중구 한국국제보건의료재단 사무실에서 아주경제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유대길 기자 dbeorlf123@]


재단 설립 목적이자 핵심 사업 가운데 하나는 개발도상국가를 비롯한 해외 국가의 보건의료 수준을 높이는 데 있다.

2006년 8월 재단 설립 이후 여러 개도국에서 보건의료 시설 신축과 개·보수, 교육 훈련 기자재 지원, 환자 후송 수단 지원 등 다양한 공적개발원조(ODA) 사업을 펼치고 있다.

2007년 10개국이었던 사업 대상 국가는 2014년 22개국으로 두 배 이상 늘었다. 지원 사업 영역도 당초 9개에서 18개 분야로 증가했다. 2010년부터는 아프리카와 중남미 지역 국가도 지원하고 있다.

재단의 ODA 사업은 단순 지원이 아니다. 물고기를 주는 것이 아니라 물고기 잡는 법을 알려주겠다는 의미다.  

이 총재는 "개도국이나 아프리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단순히 건물을 지어주고 기자재를 지원하는 것이 아니다"며 "수혜자들이 이를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역량을 함께 배양해 주는 데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재단은 산모·영아사망률이 가장 높은 캄보디아 바탐방 지역에 '조산사 양성센터'를 만들어 안전한 출산을 돕고 있다.

여러나라에서 각종 의료기기를 지원받았지만 자체 수리 기술이 없어 고장난 의료기기를 방치할 수밖에 없던 에티오피아의 세인트폴병원에는 의공센터를 설립해 현지인들을 교육했다. 그 결과 이 병원의 의료기기 가동률이 30%에서 65%까지 높아졌다.

이 총재는 한 단계 더 나아가 우리나라만 할 수 있는 ODA 사업도 구상하고 있다. 그는 "이제는 다른나라의 개도국 지원 사업과는 차별화된 ‘한국형 ODA’를 개발해 선보여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그가 제시하는 한국형 ODA는 기존 보건의료 지원에 모자보건과 구강보건 지원을 추가하고, 우리의 새마을운동 경험까지 지원 사업의 하나로 활용하는 것이다. 재단은 이달부터 미얀마에서 이같은 한국형 ODA 사업을 선보일 계획이다.

우리나라의 건강보험 제도는 글로벌 시장에서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제도 시행 12년만에 전국민 건강보험 달성이라는 전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성과를 거뒀다. 독일에서는 130년이 지난 후에야 가능했던 일이다.

재단은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2013년 가나, 지난해부터는 이디오피아에서 우리의 건강보험 제도를 모델로 ODA를 시행 중이다. 가나의 경우 아프리카에서 건보제도가 가장 잘 발달된 나라로 국가 차원의 제도 도입이 10년이 넘었지만 가입률은 38%에 수준이다.

지난해 12월 에티오피아를 방문해 두 국가의 보건정책 담당자를 만난 이 총재는 한국형 건보 제도의 경쟁력을 다시 한번 확인하고 왔다.

그는 "국가별 발전 단계에 따른 맞춤형 전수로 모든 국민이 재정적 위험없이 양질의 의료 서비스를 접근할 수 있는 ‘보편적 의료보장(UHC)’ 달성을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제2의 이종욱'을 만드는 데도 집중하고 있다.

재단은 한국인 최초의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으로 2006년 5월 집무 중 타계한 고(故) 이종욱 박사의 뜻을 기리고자 만들어졌다.

2007년부터 개도국의 의사·간호사 등 보건의료 전문인력의 교육과 현지 보건의료체계 강화를 지원하는 ‘이종욱 펠로우십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이 프로그램은 우리나라 유일의 보건의료 분야 중장기 초청연수사업으로 국내 연수 이전부터 귀국한 이후까지 연속적이고 단계적인 교육을 실시하는 것이 특징이다.

참가자들이 연수 중 배운 내용을 현업에 잘 적용할 수 있도록 귀국 1개월 이내로 현지 자문관을 파견해 교육 효과성을 높이고 있다. 지난해까지 모두 26개국의 435명이 이 과정을 마쳤다.

2008년에는 WHO와 함께 ‘WHO이종욱공공보건기념상’을 제정해 공공보건에 크게 기여한 기관이나 개인을 매년 선정해 상금 10만달러를 수여한다.

보건·의료 분야 전공 대학생과 대학원생의 국제기구 인터십을 지원하는 ‘이종욱 글로벌 영프런티어’도 진행하고 있다. 지금까지 60명이 이를 통해 WHO 스위스 제네바 본부와 세계보건기구 서태평양지역사무소(WPRO)에서 인터십을 마쳤다.

이 총재는 "이종욱 박사의 업적을 알리고 정신을 계승하는 다양한 사업을 통해 ‘이종욱 키즈’를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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