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근정 기자 = 스리랑카 정부가 또 다시 중국 주도 콜롬보 항구도시 건설프로젝트 추진 중단을 선언하면서 일대일로(一帶一路 육상·해상실크로드) 구상 본격 추진에 제동이 걸렸다.
중국 관영언론 신화망(新華網)은 스리랑카 정부가 5일(현지시간) 콜롬보 항구 건설 프로젝트에 대한 결정을 또 다시 번복했다고 이날 전했다. 이는 지난해 9월 시진핑(習近平) 주석이 스리랑카 방문 당시 사업안에 합의한 이후 두 번째로 추진이 중단된 것이다.
문제는 스리랑카의 정권 교체에서 비롯됐다. 지난 1월 새롭게 집권한 마이트리팔라 시리세나 대통령과 집권층은 전 정권에서 합의한 프로젝트에 대해 환경영향 등 재평가가 필요하다며 사업 추진을 중단했다. 그러나 지난달 스리랑카 정부 대변인은 "중국 기업의 콜롬보 항구 건설 프로젝트의 1차적 환경평가가 마무리됐고 문제가 없어 계속 추진하겠다"고 입장을 바꿨다.
하지만 한 달 만에 스리랑카가 또 고개를 갸우뚱하고 나선 것이다. 스리랑카는 지난달 20일 사업 재검토 의사를 밝히며 이전 정부가 중국 측과 계약한 내용이 '법률 위반'이라는 점이 그 이유라고 설명했다.
스리랑카는 지난해 중국과 콜롬보항 인근 1.08㎢ 면적의 땅을 중국 기업에 99년 동안 임대하고 소유권도 넘겨주는 방안에 합의했다. 중국은 이곳에 쇼핑몰과 워터파크, 아파트, 선착장 등을 세울 계획이었다. 사업의 1기 투자액은 14억 달러로 27만명이 거주할 수 있는 항구도시를 조성하는 대형 프로젝트다. 사업 2기에는 세계 각국 투자자금 유치를 통해 130억 달러를 확보, 중앙비즈니스 타운을 건설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스리랑카가 중국의 항구 투자에 딴지를 걸고 나서면서 일대일로 프로젝트의 바닷길, '21세기 해상실크로드' 조성 계획이 시작부터 주춤하는 모양새다.
중국의 해상실크로드는 동남아시아∼인도양∼아프리카∼유럽을 잇는 바닷길로 중국은 최근 각 지역별 거점을 확보하는데 속도를 올리고 있다. 인도양의 거점이 바로 스리랑카다.
앞서 중국은 유럽 진출의 거점으로 그리스 피레우스항에도 눈독을 들였지만 그리스가 돌연 민영화를 중단하면서 자초됐다. 그리스 재정난 등과 맞물려 중국이 피레우스항을 손에 넣기 바로 직전에 그리스가 고개를 돌려버린 것이다.
아프리카 지역 거점 확보는 상대적으로 순조로운 상태다. 중국은 지난 2013년 아프리카의 해상 요충지 예멘의 모카항과 유럽 및 아프리카, 중동을 잇는 아덴항 운영권도 확보했다. 파나마 운하의 맞수가 될 니카라과 운하개발권도 따냈다.
홍콩니카라과운하개발(HKND)이 주도해 건설하는 니카라과 운하는 동남부 카리브해 연안의 푼타 고르다에서 니카라과 호수를 거쳐 브리토까지 총 연장 278㎞ 구간을 연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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