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퍼트 미 대사 피습, 한중관계 영향 없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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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3-09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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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 정부, 난감한 외교적 입장에 놓여

윤병세 외교부 장관이(우)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가 입원한 병실을 방문해 위로하고 있다. [사진=외교부 제공]

아주경제 강정숙 기자 = 지난 5일 발생한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 피습사건을 당·정·청이 종북세력 사건으로 규정하고 정부는 물론 사회 각계에서 '한미동맹의 흠집'을 우려하며 미국을 의식하고 있는 가운데, 이를 지켜보는 중국의 속내에 눈길이 쏠린다.

미국은 사건 첫 날부터 발빠르게 관련 소식을 보도한 이후 현재 비교적 차분한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한국은 연일 정치이념 측면에서 사건을 해석하는 등 다소 상반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구도가 조성돼 있는 동아시아에서 우리 정부 당국의 행보는 이번 사건을 단순히 '주재국 대사 테러사건'으로만 볼 수 없게 하고 있다.

우선 한중관계의 '밀월'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 속에 최근 한미중 3국간 미묘한 기류가 조성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사건은 한미 관계뿐 아니라 한중 관계에도 시사하는 바가 클 것으로 보인다.

홍현익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한미 동맹을 잘 유지하고 발전시키면서 한중관계도 전략적인 협력 관계로 가져가야 되는데 (정부가 셔먼 차관의 발언에 대해 따지는 상황에서) 미국 대사를 저렇게 공격을 해 우리 정부가 아주 곤란한 입장에 처해 있다"고 말했다.

사실상 이번 테러 사건으로 미국에 부채감을 갖게 된 우리 정부가, 중국이 경계하고 있는 한반도 사드 배치 논란이나 미국 국무원 차관의 과거사 발언에도 제대로 대응하기 어려운 난감한 외교적 입장에 놓이게 됐다는 설명이다.

최근 미 국무부 웬디 셔먼 차관이 "과거사는 한·중·일의 문제다. 덮고 가는 게 미래를 위해 중요하다"는 요지의 발언으로 논란을 빚은 후에 주한 미국대사 피습사건이 일어났다.

하지만 당장 이번 사건으로 한중 관계에 눈에 띄는 변화는 없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전망이다.

서상민 국민대 중국인문사회연구소 HK연구교수는 7일 "(주한 미대사 테러사건으로) 만약 종북 소행으로 여론이 형성돼 한미가 북한을 압박하는 상황이 될 경우 중국이 이런 상황에 대해 우려는 하겠지만 민감한 반응을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6일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의 피습 사건을 '불행한 사건'으로 규정하면서 유감을 표명했다.

중국은 그러나 이 사건을 '미국에 가해진 응당한 징벌'이라고 주장한 북한 측의 태도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언급을 삼갔다.

서 교수는 "중국에선 한미일 동맹체제가 이 사건을 통해 실질적으로 더욱 강화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익명을 요구한 한 중국정치 전문가는 "중국은 오히려 미국이 최근 내놓은 '세계전략보고서'를 통해 한미일 3각 동맹에서 2개국이 늘어난 5각 동맹체제에 대해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있을 것"이라며 "단순히 이번 사건보다 한미관계가 어떤 식으로 흘러가는 지 예의주시 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지난 2월 외교·안보 구상이 담긴 새로운 국가안보전략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는 러시아의 세력 확장을 경계하며 주적을 러시아로 정하고, 동아시아에서 한미일 3각 동맹체제에서 호주를 비롯한 2개국을 추가로 포함시켰다.중국 언론은 당시 이를 두고 '철(鐵)의 5각'이라는 표현을 써 가며 동아시아에서의 철저한 중국봉쇄를 우려했다.

지난해 말 한미일 국방 당국 간 체결된 '한미일 정보공유 약정'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공동 대응하기 위한 것이 표면적 명분이지만, 한반도 문제에 미국 개입을 촉진하고 미일간의 군사적 공유체계가 확대된다는 점에서 중국과 러시아의 반발을 불러온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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