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계 재학생이 교우와 교수들에게 총격을 가하고 자신도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으로 모두 33명이 숨졌다.
조승희는 7살때 부모를 따라 미국으로 온 이민 1.5세였다.
사건 발생 직후 한인기자로서 갖아 먼저 블랙스버그에 도착한 기자는 버지니아텍 한인학생회장으로부터 놀라운 사실을 들을 수 있었다.
가해자가 한인출신이라는 소문이 퍼지면 미국인들이 한인학생들과 그 가족들을 상대로 보복을 할 것이란 걱정 때문이었다.
하지만 소문과는 달리 취재과정에서 많은 한인학생들을 만날 수 있었고, 소위 '도망'을 간 한인학생들의 수는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을 뒤늦게 알 수 있었다.
그런데 왜 그런 소문이 돌았던 것일까? 한인들은 다른 민족과 달리 유난히 '공동체 의식'이 강하다.
'나'보다는 '우리'라는 것을 중요하게 여기고 강조한다. '내 학교'라고 하기보다는 '우리 학교'라고 하고, '내 엄마'보다 '우리 엄마'라고 한다.
조승희 사건이 터지자 마치 한인들은 자기 가족 중 한명이 일을 저질른 것처럼 여겼다.
미국에 이민 와 오래 살았던 한인들조차 말로는 '조승희는 어려서 미국으로 와 미국식 교육을 받고 자란 아이이기 때문에 미국애라고 봐야 한다'고 말은 하면서도 속으로는 같은 한인이라는 사실에 은근히 걱정의 낯빛을 보이곤 했다.
급기야 주미 한국대사가 나서 사과를 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대사 본인은 사죄라는 표현을 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지만, 어쨌든 한국을 대표하는 대사가 공식적으로 조승희 총격사건에 대해 오해의 소지가 있는 발언을 했다는 건 적절치 못했다는 지적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다.
왜 한 개인이 저지른 사건을 놓고 국가가 나서서 사죄관련 발언을 해야 하냐는 것이었다. 피해자가, 그리고 사건이 발생한 곳이 미국이기 때문인 것이냐며 미국이라는 나라 앞에서 저자세를 보이는 한국 정부에 대한 비난과 비판이 여기저기서 쏟아져 나왔다.
얼마 전 주한 미국 대사가 한 한국인의 공격을 받고 크게 다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유야 어쨌든, 동기가 무엇이든 폭력을 휘둘르는 것은 절대로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폭력으로는 어떠한 문제도 해결할 수 없다.
워싱턴지역 한인사회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지난 6일 워싱턴지역의 7개 한인단체가 나서 주한 미국대사 피습 규탄 성명을 냈다.
이들 단체는 '가해자에 대해서는 법에 따라 엄정조치가 있어야 하고 다시는 불미스러운 사건이 재발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워싱턴지구 한인연합회장은 "한국에서 미국 대사가 피습당한 것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하지만 이번 사건은 한 사람의 폭력 행동으로 발생한 것인 만큼 한인동포들이 한국을 부끄럽게 생각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물론 이번 사건을 놓고 좌경이니 종북세력 연관설을 주장하는 이들도 있으나 이것은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문제다.
어쨋든 다른 나라와 달리 미국을 대상으로 한 사건에 한국은 굉장히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이 사실이다.
사건이 발생했을 때 엄격한 법적용으로 단호히 처벌하는 것은 중요하다. 하지만 괜한 걱정과 염려, 그리고 과도한 저자세와 불필요한 사과는 필요치 않다.
조승희 사건 발생시 미국에서 한국을 비난하는 미국인은 아무도 없었다. 오히려 미안해 하는 한인들을 미국인들이 달랬다.
이번 주한 미국대사 피습 사건도 그렇다. 한 개인의 잘못된 판단으로 빚어진 사건을 국가가 또는 한인 전체가 미안해 하는 모습은 적절치 않다고 본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