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는 삼성의 부실기업을 인수해 수평통합으로 성장을 꾀한다는 전략이다. 이는 일견 꼬리의 합이 몸통보다 클 수 있다는 ‘롱테일 법칙’과 상통하는 면이 있다. 핵심 사업에만 집중하는 게 아니라 부진한 사업을 되살려 전체 실적을 끌어올리겠다는 경영 마인드가 엿보인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이 실적이 부진한 계열사를 매각해 선택과 집중을 택했다면 한화는 반대로 이들 회사를 인수해 반전을 노린다.
한화그룹 고위 관계자는 “성장이 정체된 사업을 인수‧합병해 새로운 성장을 위한 기폭제로 삼겠다는 게 경영자의 의도”라고 말했다.
화학사업은 중국 등 전방시장의 경쟁심화 및 수요둔화에 따라 삼성과 한화 모두 실적 하향세를 겪어왔다. 하지만 이번 인수로 한화는 고부가 특수제품의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게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최근 한화의 삼성 계열사 인수 건에 대해 독과점 소지가 있는 제품의 가격인상을 제한하는 조건으로 승인 결정을 내렸다. 태양전지, 전선, 코팅 등에 사용되는 EVA(에틸렌비닐아세테이트)가 그것이다. 이는 EVA에 대한 시장의 진입장벽이 높다는 것을 방증해준다.
EVA는 범용제품 대비 부가가치가 높아 경기가 좋을 때는 이익률이 크게 나며, 경기가 좋지 않을 때도 가격하락폭이 적어 안정적 수익확보가 가능하다.
특히 한화케미칼이 생산한 EVA 수지를 한화첨단소재가 시트로 만들고, 한화큐셀이 태양전지에 이 시트를 사용하는 수직계열화가 형성돼 태양광 사업의 시너지가 예상된다.
김 회장은 과거에도 과감하게 부실기업을 인수하며 그룹 성장사를 수놓은 M&A 승부사로 회자돼 왔다. 적자에 허덕이던 한양화학을 인수해 1년만에 흑자로 전환시키고, 한화생명 인수 1년 만에 생명보험업계 2위 자리에 올려놓은 사례 등이 대표적이다.
김 회장의 M&A 전략을 바탕으로 한화는 현재 석유화학, 태양광, 기계, 금융, 건설, 레저·유통 등 다양한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2000년 23개였던 한화그룹 계열 회사 수는 지난해 51개를 기록했으며 같은 기간 자산(작년 35조9440억원)도 3배 이상 증가했다.
한화는 이번에 총 자산가치 13조원의 삼성테크윈, 삼성종합화학, 삼성토탈, 삼성탈레스 4개사를 인수해 재계 9위로 올라설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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