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짓이겨질수록 뿌리가 깊어지는 꽃, 김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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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3-08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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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제공=씨제스 엔터테인먼트]

아주경제 김은하 기자 = 취재를 위해 여러 아티스트의 콘서트를 찾지만 두 시간 남짓한 공연으로 전에 없던 애정이 생기는 것은 흔치 않을 일이다. 단독 콘서트는 아티스트와 충성스러운 팬이 만드는 그들만 축제라고 생각하거니와 그마저도 현장을 담기에 급급하다 보면 음악에 흠뻑 취하는 것은 더욱 힘들어진다.

그 귀한 경험을 7일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5 XIA 3rd 아시아 투어 콘서트 플라워’에서 오랜만에 하게 됐다. 공연에 앞서 마련된 기자회견에서 김준수가 “모든 에너지를 다 쏟겠다는 마음으로 무대에 서지 않은 적이 없다”고 말했을 때도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다. 의례적이라고 치부했던 그 말이 진실임을 알게 되는 데에는 그리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7000석을 가득 메운 관객의 함성에 “아우~ 왜 이렇게 힘이 좋아”라고 했지만 정작 가장 힘이 넘쳤던 것은 김준수 자신이었다. 작은 몸짓 하나도 2층에 앉은 기자 눈에 정확히 꽂히도록 춤을 췄고, 화려한 테크닉으로 진심을 대신하려는 법 없이 마음을 다해 노래를 불렀다. 묘기에 가까운 춤을 추면서도 정확하게 ‘Incredible’을 부를 때 ‘첫 곡부터 립싱크하는구나’하고 착각해 빈정이 상했다. 클라이막스에서 동물처럼 포효하는 것은 보고는 ‘오늘 15곡을 불러야 하는 것을 모르는 것은 아닐까’ 걱정이 들었다.

“하나부터 열까지 내 맘에 쏙 들어. A B C D E까지 세다가 까먹어. 동해물과 백두산도 소용없어. 머리부터 발끝까지 다 떨려”(‘X Song’) “방안에 불이 꺼지고 편안한 옷차림으로 아무 말도 하지 말고 close your eyes”(‘lullaby’)라고 귀를 애무하듯 자장가를 속삭이며 연신 골반을 흔들어 댈 때는 눈을 뗄 수 없었음을 고백한다.

유려하게 춤을 출 때는 물론이거니와 피아노와 클랙식 기타로 이뤄진 단조로운 발라드(‘나의 밤’)를 부를 때조차 한음한음 온 정성을 다해 뱉어내는 김준수는 온 신경을 집중하게 했다.

[사진 제공=씨제스 엔터테인먼트]

“연예인으로 사는 삶이 가끔은 버겁지만, 이때가 아니면 언제 모차르트가 돼보고 엘리자벳을 만나겠느냐”고 유쾌하게 자위하는 브로드웨이 뮤지컬 스타일의 재즈곡 ‘Musical in Life’를 부르며 35m에 달하는 무대를 탭탠스화를 신고 화려하게 누비다가 ‘loving you keeps me alive’(뮤지컬 ‘드라큘라’ 넘버)를 부를 때는 한 여자를 기다리며 수백 년을 홀로 살아온 드라큘라가 돼 사랑을 구걸했다. 김준수는 “‘드라큘라’를 30회 공연했는데 언제나 오열하며 불렀다. 오늘만큼은 울지 않겠다”며 다짐했는데 그 말이 무색하게 기어코 눈물을 글썽거리고 말았다.

솔로 3집 ‘Flower’의 타이틀 곡 ‘꽃’은 가장 마지막에 공개됐다. ‘꽃’은 방송을 못 하는 상황 속에서 공연과 정규 음반으로 더욱 제 색을 찾아가는 그의 자전적 고백이다. “짓이겨질수록 뿌리가 깊어지는 꽃”을 노래하는 김준수의 모습은 매서웠다.

“방송 활동 제약이 있는 상황에서 10곡 이상의 정식 앨범을 만드는 것은 여러모로 용기가 많이 필요한 일이죠. 어떻게 보면 제 나름대로 자부심이 된 것 같아요. 오히려 방송 활동을 할 수 있었다면 대중적인 음악을 하지 않았을까 생각해요. 좋게 생각해보면 덕분에 내가 하고 싶은 음악을 자유롭게 하고 있는 거죠. 제 색깔을 고수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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