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한아람 기자 =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8일(현지시간) 이란을 향해 “검증 가능한 핵협상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협상장을 박차고 나올 수도 있다”고 압박했다. 그러나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 같은 미국의 태도에도 못마땅한 기색을 드러냈다.
오바마 대통령은 전날 녹화한 CBS방송 ‘선데이 모닝’에 출연, 이란과의 핵협상에 대해 “이미 1년 넘게 진행돼 온 협상인 만큼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라며 핵심쟁점에 대한 이란의 양보를 촉구했다.
양측은 지난 2일 앞선 협상에서 ‘브레이크아웃 타임’(breakout time: 핵무기를 제조하기로 마음먹은 순간부터 핵물질을 확보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을 얼마로 설정할지를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2차 핵협상은 오는 15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다.
미국은 원심분리기 등 제조시설과 장비를 줄이는 방식으로 브레이크아웃 타임을 최소 1년 이상 확보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이란은 애초부터 핵무기를 개발하려는 의지가 없었던 만큼 이 기간 자체가 필요 없다고 맞서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우리는 이란이 핵무기를 얻지 않겠다는 점을 검증을 할 수 없다면 합의하지 않겠다. 다시 말해 이란이 (핵무기를 개발하지 않겠다고) 속이더라도 우리가 대응할 수 있는 시간(브레이크아웃 타임)을 확보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가장 중요한 것은 이란이 (핵무기를 확보하지 않는다는 점을 입증하는) 검증과 규제를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인데, 이란은 아직 ‘예스’라고 하지 않았다”며 거듭 이란을 압박했다.
그러나 네타냐후 총리는 이 같은 오바마 대통령의 협상안에 대해 날을 세웠다.
네타냐후 총리는 같은 날 CBS방송 ‘페이스 더 네이션’과의 인터뷰에서 “현재 협상안은 이란이 광대한 핵 인프라를 갖출 수 있게 만들고 10년간에 걸친 제재를 해제하는 것”이라며 “그렇게 되면 이란은 핵무기를 가질 수밖에 없다”고 성토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북한과 이란과 같은 전체주의 정권에 관한 한 핵 감시 활동을 신뢰하지 않는다”며 “이란이 주변국에 대한 공격을 막고 이스라엘의 전멸 위협을 중단하는 것을 조건으로만 이란 핵 프로그램에 대한 제재를 해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오바마 대통령을 향해 “이것은 (오바마 대통령) 개인의 신뢰 문제가 아니라 (이스라엘의) 생존의 문제”라며 “갈등이 고조되는 상황에서도 누가 동맹이고, 누가 적인지를 구분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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