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한아람 기자 = 미국 텍사스 주에서 이라크 출신 무슬림 이민자가 괴한의 총탄에 맞아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증오범죄’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사건 발생 이틀이 지나도록 현지 언론이 이를 보도하지 않아 논란이 일고 있다.
영국 일간지 인디펜던트 8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지난 5일 자정 미국 텍사스 주 댈러스에 거주하는 이라크 출신 아흐메드 알주마일리(36)가 자신의 아파트 인근에서 눈 구경을 하던 중 갑작스런 총격을 받아 사망했다.
중동 출신인 알주마일리와 그의 형제는 난생 처음 보는 눈을 신기해하며 구경 하던 중이었다. 그의 아내는 이 광경을 사진으로 남기고 있었다.
그 때 길가에 세워진 트럭에서 여덟 발의 총탄이 빗발치듯 날아왔다. 피습당한 알주마일리는 댈러스의 한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끝내 사망했다. 나중에 트럭 안에서 여덟 발의 탄피가 발견됐다.
사건을 목격한 아파트 주민은 “알주마일리가 미처 다시 아파트로 돌아오지 못한 채 ‘(총에) 맞았다’고 외치며 쓰러졌다“고 전했다. 또 “총격이 일어나기 전에 두 명에서 네 명의 남성이 아파트 단지로 들어서는 것을 봤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이번 사건에 대해 “증오범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수사 중”이라고 발표했다. 이어 용의자로 추정되는 네 사람이 아파트에 들어서는 CCTV(폐쇄회로) 영상을 공개하며 수사 협조를 당부했다.
특히 총격 사건 직후 이를 보도하지 않은 현지 언론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네티즌들은 애초에 현지 언론이 사건을 제때 보도하지 않은 것을 비난하면서 SNS에 ‘무슬림의 생명은 소중하다’(MuslimLivesMatter)라는 해시태그를 다는 등 분노를 나타냈다. 인디펜던트도 기사 말미에 왜 현지 언론이 사건을 다루지 않았는지 의문을 표했다.
알주마일리는 사건 발생 3주 전 미국에 입국, 안전 문제로 먼저 이주해 있던 아내와 1년 여 만에 재회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입국 당시 그의 아내는 “나는 이 순간을 위해 460일, 1만1040시간, 66만2400분을 기다렸다”라는 문구가 적힌 팻말을 들고 기다린 것으로 전해져 알주마일리의 죽음에 안타까움이 더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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