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최서윤 기자 = 극단주의 테러 단체 이슬람국가(IS)가 이라크 북부에 있는 고대도시 유적지를 파괴하고 약탈했다고 이라크 문화재청 관리는 8일(현지시간) 독일 DPA 통신에 밝혔다. IS는 이 지역을 포함해 이라크와 시리아 영토의 3분의 1을 장악하고 있다.
니네베주(州) 문화재청의 한 관리인은 이날 “IS가 이라크 북부의 고대도시 ‘코르사바드(Khorsabad)’ 유적지를 폭파했다”면서 “IS가 코르사바드 유적지에 있는 유물 대부분을 강탈하고, 일부는 폭파했다는 주민의 신고를 받았다”고 전했다.
압델 파하드 알셰리샤브 이라크 관광문화재부 장관은 미국 주도 국제동맹군이 IS의 고대 유적 파괴를 저지하기 위해 공습을 단행했다고 밝혔다. 알셰리샤브 장관은 국제동맹군이 니네베주(州)의 IS 점령지를 겨냥해 폭격했으며 이는 이라크가 요청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코르사바드는 기원전 717년 아시리아 제국의 사르곤 2세(BC 722~705년 재위)가 세운 도시로 사방이 1700m 높이의 성벽으로 둘러싸여 있다. 이곳은 사르곤 2세 사후 수도를 니네베로 옮기기 전까지 아시리아의 수도였다. 석각 부조로 유명한 코르사바드는 사르곤 2세의 성채가 있던 곳이라 하여 ‘두르 샤르루킨’으로도 불린다. IS가 장악한 이라크 제2의 도시 모술에서 북동쪽으로 15km 떨어져 있다.
IS는 앞서 지난 5일 기원전 13세기에 세워진 이라크 북부의 ‘님루드(Nimrud)’ 유적을 무너뜨렸고, 7일 고대 파르티아 제국의 거대한 요새 도시이자 최초의 아랍 왕국 수도였던 ‘하트라(Hatra)’ 유적까지 불도저로 파괴했다. 특히 2000년 역사의 하트라는 동양과 서양 건축 양식이 독특한 조화를 이루고 있는 점 등을 인정받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곳이다.
IS는 지난달 26일 이라크 모술의 한 박물관에서 망치, 톱 등을 사용해 석상과 조각품을 산산조각 내는 모습이 담긴 영상을 공개하기도 했다.
IS가 문화유산을 파괴하는 이유를 두고 여러 분석이 나오고 있다. 표면적으로 살펴보면 강력한 이슬람 율법을 강요하는 IS가 신(알라) 외에 갖가지 동상과 유물을 우상(偶像)으로 여겨 파괴해야 한다고 믿고 있기 때문이라고 풀이할 수 있다. 또한 극단적인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관심을 끌어 존재감을 과시하고 이슬람 극단주의를 선전하기 위한 방책이라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결국 그 이면에는 유물 밀거래로 자금을 마련하려는 의도가 숨어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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