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최서윤 기자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반체제 인사를 암살한 용의자로 지목된 하원의원과 ‘푸틴의 전사’라고 불리는 체첸 지도자에게 명예 훈장을 수여했다.
크렘린(러시아 지도부)은 9일(현지시간) 람잔 카디로프 체첸자치공화국 대통령과 안드레이 루고보이 하원의원 등을 포함한 명예훈장 수훈자 명단을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루고보이 의원은 러시아 의회 제도 발전과 입법활동에 대한 공헌으로, 카디로프 대통령은 수년간 공직에서 성심으로 일한 공로로 훈장을 받게 됐다.
러시아 정보요원 출신인 루고보이 하원의원은 푸틴 대통령을 비판하다 의문의 독살을 당한 알렉산드르 리트비넨코 전(前) 러시아 정보요원의 암살 용의자로 지목됐다. 러시아 연방보안국(FSB) 요원 출신인 리트비넨코는 2000년 영국으로 망명·귀화한 뒤 푸틴을 비판하다 2006년 11월 23일 런던에서 의문사했다.
당시 리트비넨코는 FSB 동료였던 루고보이와 KGB(옛 소련 시절 첩보조직이자 FSB의 전신) 요원 출신 기업가 드미트리 콥툰을 만나 차를 마신 뒤 극심한 통증을 느껴 병원으로 갔고 3주 뒤에 숨졌다. 그의 체내에서는 라듐보다 방사능 함량이 5000배 많은 ‘폴로늄-210’이 다량 발견됐다. 이 물질은 세계에서 매년 100g만 채취되는 희귀 물질로 매우 비싼 것으로 알려졌다. 리트비넨코는 임종 전 형사들에게 자신을 독살하라고 지시한 배후가 푸틴 대통령이라고 말했다.
영국 수사 당국은 루고보이와 콥툰을 암살 용의자로 지목하고 러시아에 신병 인도를 요구했지만 러시아 정부는 이를 거부해왔다. 지난 1월 27일 영국 고등법원이 개최한 리트비넨코 사인(死因) 진상 조사 공청회에서 유가족 측 변호인은 “루고보이와 콥툰이 묵었던 호텔에서 ‘폴로늄 210’이 발견됐고, 이것은 영국행 비행기 등 둘이 이동했던 곳곳에서 발견됐다”고 밝혔다.
루고보이는 현재 극우 민족주의 성향 자유민주당 소속 하원의원으로 활동 중이며 하원의 안보·반부패위원회 부의장을 맡고 있다.
2007년부터 체첸을 억압 통치하고 있는 푸틴의 최측근 카디로프 대통령은 푸틴과 러시아에 충성하면서 반체제 인사를 납치하고 살해하는 등 인권을 탄압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최근에는 야권 지도자 보리스 넴초프 피살 사건의 용의자로 기소된 자국인 자우르 다다예프를 “진정한 러시아의 애국자”라고 옹호해 논란을 빚었다.
카디로프는 대통령은 다다예프가 독실한 이슬람교도라며 “이슬람 선지자 무함마드를 풍자한 프랑스 잡지 ‘샤를리 에브도’의 만평에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넴초프가 샤를리 에브도를 옹호한 발언이 다다예프의 범행 동기일 수 있다고 암시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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