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과거사 부정을 비판해온 독일의 일간지 프랑크푸르터알게마이네차이퉁((FAZ)는 9일(현지시간) 도쿄발 기사를 통해 일본의 국가주의적 '역사 세척' 시도를 다시 비판적으로 보도했다.
이 신문은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비호 아래 지금 일본에선 군 위안부들이 일본군 전선으로 끌려간 데 대한 일본 군부의 책임이 부정되고 있다"며 "아베 총리 사람들이 공격적으로 나올수록 한-중 경제관계만 더 밀접해 지는 형국"이라고 전했다.
특히 "외국에서 들리는 비판의 목소리는 무시되고 일본 외무성은 비판적 특파원들에게 압력을 가하고 있다"면서 "일본의 힘은 전혀 영광스럽지 않은 과거를 영광스럽게 만들려는 시도에서 나오는 게 아니라 일본기업과 노동자들의 혁신으로부터 나온다"고 꼬집었다.
이런 상황에 무라야마 도미이치 전 일본 총리가 아베 신조 일본 총리에 대해 올해 패전일(8월15일) 무렵 발표할 전후 70년 담화에서 무라야마 담화의 핵심 표현을 계승할 것을 촉구하고 나서며 아베 내각을 압박했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무라야마 전 총리가 9일 도쿄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과거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으면 잘못을 반복하는 것"이라며 "식민지배와 침략에 대한 '통절한 반성'과 '사죄'를 계승해야 한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이날 BS 후지TV에 출연해서도 "역사적 사실은 확실히 해야 한다. 사과할 것은 사과해야 한다"며 "무라야마담화를 수정해서 희석하면 세계의 불신을 산다. 그것이 가장 두렵다"고 말했다.
무라야마 전 총리는 아베 총리의 국회 답변에 관해 "아베 총리가 식민지배와 침략, 통절한 반성 등 무라야마 담화의 핵심을 계승할 것인지에 대해 분명히 밝히지 않고 있다"며 "중요한 대목을 얼버무리면 일본의 신뢰는 추락한다"고 날을 세웠다.
그는 "무라야마 담화의 핵심 내용은 역대 총리가 계승한다고 해온 만큼 어떤 의미에서 일본의 국시가 됐다"며 "그 중요한 대목을 수정하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추궁당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무라야마 담화는 일본의 전후50주년의 종전기념일(1995년 8월15일) 당시 무라야마 도미이치 총리가 발표했던 담화다. 발표자인 무라야마 총리의 이름을 따 '무라야마 담화'라고 한다. 무라야마 총리는 이 담화에서 “식민지 지배와 침략으로 아시아 제국의 여러분에게 많은 손해와 고통을 줬다. 의심할 여지없는 역사적 사실을 겸허하게 받아들여 통절한 반성의 뜻을 표하며 진심으로 사죄한다”고 발표했다. 이후 일본의 모든 정권들은 무라야마 담화를 계승한다는 입장을 밝혔으나 표면적인 것이었을 뿐, 1990년대 경제불황 이후 일본 사회가 전반적으로 보수화되면서 실질적인 계승이 이뤄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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