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니스 핼핀 미국 존스홉킨스대 국제관계대학원(SAIS) 연구원은 9일(현지시간) 외교안보 전문지인 '내셔널 인터레스트'에 기고한 글에서 "일본의 역사수정주의는 위안부와 난징 대학살을 놓고 시작하지만 해리 트루먼 대통령과 원자폭탄으로 끝나게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일본이 태평양 전쟁의 희생자가 되면 미국은 침략자가 되고 도조 히데키가 아닌 해리 트루먼이 전범이 된다"고도 밝혔다. 도조 히데키는 진주만 공습을 명령한 2차대전 전범이다.
핼핀 연구원은 "일본 정부의 역사수정주의 논리는 일본이 도쿄 공습이나 히로시마·나가사키 핵 투하 등에서 처럼 연합군에 의한 전쟁 피해자라는 전제에 있다"며 "역사수정주의는 야스쿠니 신사 옆에 있는 박물관인 유슈관에 잘 나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는 일본이 서구 제국주의의 멍에로부터 아시아인들을 구하기 위해 대동아전쟁에 나섰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핼핀 연구원은 "군 위안부나 난징 대학살을 부정하는 일본에 침묵하면 2차 세계대전 이후 세계 질서를 만든 논리를 모두 무너뜨리게 된다"며 "난징 대학살 때 최소 20만명의 중국인이 숨졌다는 게 극동 국제군사재판(도쿄재판)에 기록돼 있다"고 밝혔다.
그는 따라서 "마쓰이 이와네를 추모하려는 것은 유대인 43만 7000명을 학살한 아돌프 아이히만을 추모하는 것과 같다"고 비판했다. 마쓰이 이와네는 난징 대학살 당시 중국 주둔 일본군 사령관이다.
중도 성향으로 일본의 극우 질주와 과거사 부정을 줄곧 비판해온 프랑크푸르터알게마이네차이퉁(FAZ)은 앙겔라 메르켈 총리의 일본 방문에 즈음한 9일(현지시간) 도쿄발 기사에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일본의 전쟁범죄 책임을 씻어내려 하고 있다"면서 "문제는 아베 총리 심복들이 미·일 동맹 뒤에 숨어서 일삼는 공격적 국가주의적 언행들이 일본경제의 회복을 막는 심각한 위험요소가 되고 있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신문은 아베 총리가 오는 8월 종전 70주년 기념 연설 등을 위해 자문위원회를 가동하고 있다고 소개하면서 "일본의 2차 대전 과거사를 세척하려는 시도를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아베 총리는 10일 "과거에 겸허하게 마주하고, 비참한 전쟁의 교훈을 가슴 깊이 새기며, 세계의 항구적인 평화를 위해 할 수 있는 한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날 도쿄도 위령협회 주최로 스미다(墨田)구에서 열린 도쿄 대공습 70주기 추도법회에 참석한 자리에서 이같이 말했다고 교도통신이 보도했다. 도쿄대공습은 태평양전쟁 말기인 1945년 3월10일, 미국 폭격기 B29 300여대가 대량의 소이탄을 도쿄에 투하해 약 10만 명이 사망한 것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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