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붙는 소득주도 성장론, 與 ‘최저임금’…野 ‘+α(생활임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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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3-11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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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조사전문기관 '리얼미터'의 2013년 2월부터 2015년 1월까지 박근혜 대통령 국정 지지율 추세[그래픽=아주경제]


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 소득주도 성장론이 불붙고 있다. 관치 중심의 ‘수출주도형’ 성장의 한계와 저성장·저물가·엔저 등 ‘신 3저(低)’ 현상이 맞물리면서 ‘D(디플레이션) 공포’가 현실화되자 가계소득 증대를 골자로 하는 새로운 성장 담론이 제시된 것이다.

핵심은 최저임금 인상 등 소득의 ‘직접’ 증대다. 매년 5월 반복하는 ‘10원 싸움’에서 벗어나 국민소득의 직접 인상을 통해 ‘소비·투자 촉진→내수시장 활성화’ 등 경제의 선순환을 꾀하자는 논리다.

하지만 소득주도 성장론이 소규모 개방 경제에 맞지 않는다는 비판이 제기된 데다 재계 등의 반발이 불가피, 실제 현실화까지는 적잖은 난관이 도사리고 있다.

◆與 “최저임금 6000원” vs 野 “최저생계비 보장”

“소득주도 성장론은 2010년 6·2 지방선거 당시 민생 의제였던 ‘친환경무상급식’에 버금가는 이슈로 부상할 것이다.” 진보진영 한 관계자는 10일 아주경제와의 통화에서 이같이 전했다.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사진=새누리당 제공]


실제 그랬다. ‘한국판 뉴딜’을 선언한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최저임금 인상 논의에 불을 지피자 여야는 이날 일제히 소득주도 성장 담론을 제시했다.

다만 방법론에선 다소 차이를 드러냈다. 새누리당은 ‘최저임금 6000원’ 시대에 방점을 찍은 반면, 새정치민주연합은 최저임금제의 ‘법제화’와 근로자의 최저생계비를 보장하는 ‘생활임금제(노동자 평균 임금의 50%인 150만원) 확대’를 각각 주장했다.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가진 원내대책회의에서 같은 당 김성태 의원의 ‘최저임금 6000원 당론’ 제안 직후 “지난해 7% 인상(5580원), 올해도 아마 7.8% 인상하면 6000원이 넘어간다”고 말했다. 사실상 최저임금위원회에 최저임금 인상률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셈이다.

이는 최경환호의 핵심 정책인 △확장적 재정정책 △금리 인하 △구조개혁 등이 지지부진하자 소비 진작 카드인 ‘소득 불평등’ 해소 카드로 소득주도 성장론을 제시한 것으로 분석된다. 정부가 ‘백화점식’ 경제정책이란 비판에도 기업의 투자촉진 방안인 민자사업과 가계소득 증대인 최저임금 인상 카드를 동시에 꺼낸 것이다.

야권은 플러스알파(생활임금제)를 추가했다.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는 같은 날 경기도청에서 여당 소속 남경필 경기도지사 등과 함께 간담회를 열고 “경기도에서 연정을 통해 하고 있는 정책 가운데 가장 인상 깊은 것이 생활임금을 도입한 것”이라고 말했다.

생활임금의 책정은 ‘가족 부양 및 인간의 존엄성 유지 수준’을 기준으로 법정 최저임금보다 높게 하며, 현재 일부 지자체에서 조례 등을 통해 공공기관에 적용하고 있다. 생활임금제가 최저임금 인상을 끌어내기 위한 카드라는 점을 감안하면, 문 대표의 행보는 소득주도 성장 담론의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승부수로 풀이된다.

◆성장패러다임 전환점, 단기적 부작용 극복 관건
 

‘한국판 뉴딜’을 선언한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최저임금 인상 논의에 불을 지피자 여야는 10일 일제히 소득주도 성장 담론을 제시했다. [사진=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주목할 부분은 소득주도 성장의 실질적 효과다. 2008년 리먼 사태 이후 세계발(發) 경제위기가 지속하자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일본 아베 총리 등은 잇따라 최저임금 인상론을 폈다.

1980년 대처리즘과 레이건 노믹스를 이끈 신고전학파 경제 담론이 종말을 맞는 게 아니냐는 주장도 나왔다. 2010년 국제노동기구(ILO)가 소득주도 성장 담론을 제기한 것도, 우리의 진보진영이 끊임없이 낙수 이론의 ‘폐기’를 주장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특히 우리의 경우 2008∼2013년 국내총생산(GDP)은 연평균 3.2%, 노동생산성은 3.0% 증가한 반면, 근로자 실질임금은 연평균 1.3% 증가에 그쳤다. 미국발 금융위기를 기점으로 근로자 실질임금이 국내총생산에 절반에도 못 미친 셈이다. 가계소득의 인상론이 ‘뜨거운 감자’로 부상한 이유다.

문제는 소규모 개방 경제인 한국에 최저임금 도입이나 생활임금제 확대 등이 유효한 카드냐는 점이다.

소규모 개방경제는 대외경제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경우에 따라 ‘근로자 임금 상승→제품 가격 상승→낮은 가격의 외국산 제품 수입 증가’ 등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얘기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 격차가 큰 상황에서 무분별하게 소득주도 성장론을 도입할 경우 일부 대기업을 제외한 나머지 기업의 신규 채용이 줄어들 수도 있다. 또한 다수 실업자가 자영업으로 내몰리면, 자영업 시장의 과당경쟁 유발로 소득주도 성장 담론이 오히려 경제의 선순환 고리를 끊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단기적 부작용 해소가 관건인 셈이다. 

이필상 서울대 초빙교수는 소득주도 성장 담론과 관련해 “방법론 자체는 의미가 있다. 지난 5년간 임금상승률이 경제성장률에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 아니냐. 소비가 죽으면, 디플레이션이 계속될 수밖에 없다”면서도 “다만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불균형한 만큼 대기업의 이익을 중소기업으로 가도록 하는 가격의 정상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오른쪽)와 우윤근 원내대표 [사진=남궁진웅 기자 timei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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