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전 위원장은 이날 무려 A4 8장 분량의 입장발표 자료를 직접 작성, 지난 2012년 권익위원장 재직 당시 입법예고한 법안을 ‘원안’으로 지칭하며 당초 법안 취지를 최대한 구체적으로 설명하는데 주력했다.
그는 국회 통과 법안에 대해 여러 부분에서 “당초 원안에서 일부 후퇴했다”고 아쉬움을 토로했지만, 법 제정 자체에 큰 의의를 두고 “일단 시행을 한 뒤에 고쳐나가는 것이 순리”라며 당장의 법 개정에는 반대 입장을 보였다.
◆이해충돌 방지 조항 제외, 가장 큰 후퇴
김 전 위원장은 특히 김영란법의 핵심 축이었으나 국회 정무위원회 논의 과정에서 이해충돌방지 조항이 빠진 것을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김 전 위원장은 원안에서 이해충돌방지 조항을 넣은 취지에 대해 “예컨대 장관이 자기 자녀를 특채 고용하거나 공공기관장이 자신의 친척이 운영하는 회사에 특혜공사 발주를 하는 등 사익 추구를 금지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공무원이 자신의 부모가 신청한 민원서류를 직접 처리하지 않고 다른 직원에게 대신 처리하게 하는 등 이해충돌이 있을 경우 사전에 방지를 하자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현재 통과된 법은 3가지 분야 중 가장 비중이 큰 한 가지(이해충돌방지 조항)가 빠진 ‘반쪽 법안’이라고 할 수 밖에 없다”이라고 지적했다.
◆선출직 부정청탁 예외규정, 국회의원 브로커화 초래
김 위원장은 선출직 공직자들이 제3자의 고충 민원 전달 행위를 부정청탁의 예외로 규정한 부분에 대해서는 “국회의원 등의 브로커화 현상을 용인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그는 “제3자의 고충민원이라고 하더라도 내용적으로는 이권청탁, 인사청탁 등 부정청탁이 포함될 수 있다”며 “앞으로 해석상 돌파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 전 위원장은 국회 논의 과정에서 부정청탁 개념을 15개 유형과 7개 예외사유로 나열한 것에 대해서도 범위가 축소된 점이 아쉬운 대목으로 꼽았다.
그는 “원안에서는 부정청탁의 개념을 오히려 포괄적으로 하되 부정청탁이 되지 않는 사례를 예시하는 것으로 규정했다”며 “보다 광범위하게 제3자 부정청탁사례를 방지하고자 한 것인데 그 범위가 축소된 것은 아쉽다”고 말했다.
◆100만원이하 ‘직무관련성’ 과태료 부과 문제
김영란법이 직무와 관련해 100만원 이하의 금품을 수수할 때 ‘과태료’ 처분을 한 것에 대해선 “ 왜 이렇게 됐는지 잘 모르겠다”면서 문제점을 지적했다.
현행 형법만 봐도 금액을 따지지 않고 직무 관련성이 있으면 뇌물죄로 처벌할 수 있는데 김영란법은 과태료 처분으로 오히려 처벌이 완화됐다는 것이 그의 판단이다.
당초 원안에서는 100만원 초과와 이하를 불문하고 직무관련성을 따지지 않고 형사처벌이나 과태료를 부과토록 했다. 하지만 국회는 100만원 초과한 금품수수의 경우 직무관련성 여부와 관계없이 형사처벌하고, 100만원 이하에 대해선 직무관련성이 있을 경우에만 과태료 처분이 가능하게 했다.
김 전 위원장은 “현행 형법은 직무관련성 있으면 대가성 묻지 않고 유죄를 인정해왔다”면서 “현행 형법상 뇌물죄로 처벌할 수 있는 행위에 대해 김영란법에서는 과태료만 부과하겠다는 것이어서 의문이 있다”고 말했다.
◆“언론인·사립학교 포함, 위헌이라 생각 안해”
김 위원장은 당초 원안에 없던 언론인과 사립학교 교직원 등이 적용대상에 포함된 것에 대해 “저는 사실 깜짝 놀랐다”면서도 “위헌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김 전 위원장은 “국민 69.8%가 사립학교 언론인이 포함된 데 대해 ‘바람직하다’고 평했다는 여론조사가 있다”면서 “그런 것을 볼 때 과잉입법이나 비례원칙 위배라고 보기 어렵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그는 “민간분야에서는 사회적가 합의 부족한 상태 급하게 대상이 확대됐다”면서 “위헌은 아니고 국민 대부분이 이것에 찬성하는 만큼 공직사회 먼저 적용한 뒤 민간 분야에 확대해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다만 “언론자유 침해에 대해선 깊이 고려할 여지가 있다. 언론의 자유가 침해 안 되도록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며 “언론의 자유는 특별히 보호돼야 하는 중요한 민주적 가치이자, 꼭 필수적인 자유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위헌 여부에 대한 최종 판정에 대해선 “대한변협이 헌법소원을 했다는데 (헌재의 결정을) 기다려볼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이밖에 국회 논의 과정에서 가족의 범위가 민법상 가족에서 ‘배우자’로 축소된 점을 문제로 지적했다. 그는 “전직 대통령의 자녀와 형님들이 문제됐던 사례를 돌이켜보면 (원안의 민법상 가족으로) 규정할 필요성을 느낀다”며 “배우자로만 축소한 것은 아쉽다”고 말했다.
김 전 위원장은 국회가 법안의 시행 시기를 1년 6개월 후로 늦춰 내년 10월 시행키로 한 부분에 대해서도 “시행 유예는 원안취지 못 살린다”며 부정적 입장을 내놨다.
김 전 위원장은 마지막으로 “이 법은 공직자를 처벌하는데 목적을 둔 법안이 아니다”라며 “공직자에게 거절과 사양의 명분이 되어주는 공직자 보호법”이라고 강조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