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양성모 기자 = 중국 조선업계가 이중고에 신음하고 있다. 주력 선종인 벌크선 시장 부진과 우리나라 조선업체에 밀려 장기 침체에 빠질 우려마저 제기되는 실정이다. 반대로 한국은 고부가가치 선박을 중심으로 한 안정적인 수주에 힘입어 글로벌 1위 탈환을 눈앞에 두고 있다.
11일 트레이드윈즈 등 외신에 따르면 말레이시아의 최대 금융그룹인 메이뱅크는 투자자브리핑을 통해 벌크선과 컨테이너선 시장이 악화되며 중국 조선소가 어려운 상황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메이뱅크는 벌크선과 컨테이너선 신규 선박수주가 둔화되면서 중국의 조선산업은 2016년까지 어려울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특히 중국 조선소가 주문을 채우기 위해 저가수주에 나서고 있지만, 이는 이익개선과 반대되는 만큼 수익악화가 2017년까지 장기화 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 조선업계의 주력 선종은 벌크선으로 그간 글로벌 발주물량을 싹쓸이 했다. 비교적 만들기 쉬운데다 값싼 노동력 등으로 수주경쟁에 있어 우위에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벌크선 시장을 가늠할 수 있는 벌크선운임지수(BDI)가 560포인트대를 기록하며 금융위기 이후 반토막 이상 내려앉는 등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발주물량도 끊긴 상황이다.
BDI지수란 런던의 발틱해운거래소가 발표하고 있는 종합 운송지수로 석탄과 광물 등 원자재를 벌크선으로 운송할 때 운임을 평가하는 기준이 된다. 즉 운임 하락으로 선박을 발주해야 할 선주들이 꺼리고 있다는 얘기다.
영국의 조선·해운 분석기관인 클락슨이 내놓은 국가별 수주현황을 살펴보면 중국의 부진은 생각보다 심각한 상황이다. 세계 1위라고 자부하던 중국은 올해 1월과 2월 CGT(수정환산톤수)기준 78만CGT를 수주해 한국(152만CGT)의 절반 수준에 머물렀다. 지난해 같은 기간 중국은 463만CGT를 수주해 한국(371만CGT)를 앞선 바 있다. 또 지난 해 10월부터 현재까지 최근 5개월간 중국의 월평균 수주량은 50만CGT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 우리나라와 치열한 경쟁을 벌여야 한다는 점도 중국 입장에서는 부담이다. 국제유가 하락으로 글로벌 오일메이저들이 해양플랜트 설비 발주를 취소하거나 연기하는 만큼 우리나라 조선업체들이 상선시장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일찌감치 기술력이 필요없는 벌크선 수주는 뒤로하고, 고부가가치 선박 개발과 수주를 위해 역량을 집중해왔다. 그 결과 최근 삼성중공업은 중국이 따라올 수 없는 2만TEU(1TEU는 가로 20피트 컨테이너 1개)급 초대형 컨테이너선을 수주했고, 다른 국내 조선소도 초대형 컨테이너선 수주를 위해 선주사와 저울질중에 있다. 여기에 LNG(액화천연가스)와 LPG(액화석유가스) 등 건조가 까다로운 가스운반선을 싹쓸이 수주하고 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국내 조선업체의 강점인 친환경 선박에 대한 중요성이 날로 높아지고, 하반기부터 상선시장이 다시 개선세를 나타낼 것으로 보여 중국과의 격차는 더욱 벌어질 전망”이라며 “유가가 회복세를 나타내 해양플랜트 투자가 다시 시작된다면 한국의 글로벌 1위는 앞으로 이어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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