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무상복지] ①지방정부 ‘복지 디폴트’ 째깍째깍…예고된 재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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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3-12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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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땜질식 처방, 朴정부 미봉책·與野 무상 시리즈 합작품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무상급식 지원 중단 방침을 밝히자 여야 정치권 공방이 확산되고 있다. [사진=아주경제 그래픽팀]


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 지방재정이 총체적 난국에 빠졌다. 시대 흐름에 역행하는 지방교부세와 여야 정치권의 무상 시리즈 남발이 맞물리면서 ‘복지 디폴트(지급불능)’ 사태가 현실화될 위기에 처했다. 복지 디폴트 자체가 ‘예고된 재앙’이라는 얘기다.

여야가 지방자치단체의 ‘복지 디폴트’ 선언 직전 어린이집 보육료 지원인 ‘누리과정’의 목적예비비(5064억원) 지원에 합의하면서 가까스로 보육 대란은 피했지만, 사실상 ‘땜질식 처방’이라는 점에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갈등은 현재진행형이다.

특히 11일 여야 정치권이 홍준표 경남도지사의 무상급식 중단 선언을 놓고 대충돌, 첨예한 갈등을 예고했다.

새누리당 심재철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공짜급식에 퍼붓던 643억원을 서민 자녀들의 교육 보조금으로 쓴 것은 잘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새정치연합 이목희 의원은 한 라디오에 출연해 “홍 지사 자신의 정치적 행보를 위한 것”이라고 맞받아쳤다.

이에 따라 ‘복지 디폴트’ 원인으로 지목된 △무상보육·무상급식 △건강보험료 △기초연금 △의료급여 등을 둘러싼 논쟁이 격화될 전망이다.

◆지방교부세, 55년째 제자리…朴정부 개혁 어디로
 

지방재정의 가장 큰 원인으로는 박근혜 정부의 ‘철학 부재’가 꼽힌다. 특히 홍준표 경남도지사의 무상급식 지원 중단과 무상보육 대란이 맞물리면서 박근혜 정부 3년차 위기론이 일고 있다. 사진은 박근혜 대통령. [사진=청와대]


지방재정의 가장 큰 원인으로는 박근혜 정부의 ‘철학 부재’가 꼽힌다. 중앙집권적 예산 운용으로 촉발한 △2013년 무상보육 예산을 둘러싼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갈등 △2014년 중앙정부와 시·도 교육청 갈등 등이 단적인 예다.

또한 수도권 기업이 지방으로 이전할 때 지원된 ‘지방투자촉진보조금 제도 축소’와 ‘규제 기요틴(guilotine)’ 미명하에 단행된 수도권 복귀 기업에 대한 재정지원 허용 등 수도권 규제완화도 지방재정 적신호에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특히 1960년대 도입된 ‘지방교부세’의 근본적인 한계 탓에 지방재정의 자율성과 독립성이 흔들리고 있다. 박 대통령도 지난해 말 국민경제자문회의 겸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이와 관련해 “제도적 적폐가 있으면 과감하게 개혁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한 바 있다.

현재 지방교부세는 해당 지방자치단체의 세입과 중앙 교부금 지급이 ‘반비례’하는 구조다. 지자체의 수입이 늘면 늘수록, 교부금은 줄어들 수밖에 없는 구조인 셈이다.

이 같은 제도적 허점이 지방정부의 재정자립도 제고를 막고 있다는 얘기다. 재정자립도는 일반회계의 세입 중 지방세와 세외수입의 비율이다. 정부 통계 사이트인 ‘e-나라지표’에 따르면 2004년 57.4%에 달했던 지자체 평균 재정자립도가 지난해 44.8%로 급락했다.

◆與野, ‘보편적이냐 선별적이냐’ 이분법적 대립만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사업비 증가율보다 지방교부세의 증가율이 현저히 떨어지는 점도 문제다.
 

무상급식 중단과 무상보육 대란 등 보편적 복지를 둘러싼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 [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정의당 부설 ‘진보정의연구소’의 박근혜 정부 2년 평가 자료에 따르면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08년부터 박근혜 정부 초기인 2013년까지 지방교부세는 4조6000억원 증가한 데 반해 국고보조사업에 따른 지방비는 약 10조원 증가했다.

지자체의 사업 지출이 중앙정부의 국고보조금과 지방정부의 세입으로 이뤄지는 점을 감안하면, 곳간이 먼저 비는 쪽을 돌려막는 ‘폭탄 돌리기’가 횡행하고 있는 것이다. 경남도발(發) 복지 디폴트 선언도 이런 지방재정 상황과 무관치 않다.

세출의 사후 관리도 고민거리다. 야권 한 관계자는 현행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세출 관리와 관련해 “전자는 기획재정부, 후자는 행정자치부에서 편성한다”며 “보육예산 갈등이 부처 간 힘겨루기 양상으로 치달은 이유”라고 꼬집었다.

여기에 2010년 6·2 지방선거 이후 친환경무상급식을 시작으로, 18대 대선 당시 박 대통령의 생애주기별 복지, 구민주당의 3+1(무상보육·무상급식·무상의료+반값 등록금) 등 여야 모두 재정에 대한 고민 없이 표만을 의식한 ‘포퓰리즘’ 행보로 일관, 논란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됐다. 

지난해 누리과정 예산 파동과 올해 본격화된 ‘증세 없는 복지’ 논쟁도 재원 대책 없이 ‘장밋빛 공약’만 내세운 결과라는 지적이다.

그 결과는 참혹했다. 정치권의 장밋빛 공약은 ‘재원 부족→중앙과 지방 갈등→여야 정쟁→위험사회 고착’ 등의 악순환으로 이어졌다.

지방재정 구조개혁에 손 놓은 정부와 청와대 눈치 보는 집권여당, 차별화만을 꾀하는 범야권의 그릇된 인식이 ‘복지 디폴트’에 가속페달을 밟는 모양새가 된 셈이다.

이필상 서울대 초빙교수는 이날 아주경제와 통화에서 이와 관련, “지금 대한민국은 중앙정부나 지방정부나 세수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며 “특히 지방재정의 경우 선심성 지출이 많은 것은 사실이다. 지방재정에 대한 낭비성 예산과 과용 예산 등을 총점검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경남발 무상복지 중단 등을 거론하며 “학부모 등의 의견 없이 하루아침에 중단하는 것은 무리한 결정”이라며 “재정 못지않게 정책의 일관성이 중요한 만큼 부족한 점을 보완하는 쪽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무상급식 중단과 무상보육 대란 등 보편적 복지 후퇴 논란을 수습해낼지 주목된다. [사진=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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