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채명석 기자 = 1년여간 구조조정의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동부그룹이 제조업 지주회사 역할을 해왔던 IT계열사 동부CNI의 사명을 (주)동부로 바꾸고 그룹의 대표회사로 전면에 내세웠다.
철강과 반도체 등 제조업 부문 양대 계열사를 떠나보내며 금융업 위주로 그룹이 재편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동부대우전자와 동부팜한농을 중심으로 제조업을 재건하겠다는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의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동부CNI는 11일 오전 이사회를 열고 사명을 (주)동부로 변경하기로 의결했다. 회사측은 “동부그룹 비금융회사들의 사실상 지주회사 역할을 해온 회사의 위상에 맞춰 사명을 변결하기로 했다”며 “사명 변경은 이달 27일 정기 주주총회의 승인을 거쳐 완료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기 존재하고 있는 (주)동부는 앞서 지난 10일 사명을 ‘동부철구’ 바꿨다. 동부철구는 동부건설의 철 구조물 제작업체로 설립됐으며, 현재 기존 철 구조물 제작사업 이외에 광고·브랜드·디자인 컨설팅을 주 사업도 병행하는 그룹 내 광고대행사(인하우스에이전시) 계열사다.
동부CNI는 지난해 12월과 올 1월 금융IT사업과 전자재료 사업부문을 에프아이에스시스템과 동부전자재료로 기업 분할하며 사업 구조의 변화를 예고했다. 이에 따라 정관상 목적사업에 △교육 및 연수서비스업 △부동산 및 시설 내지 사업과 관련된 기획, 타당성 조사, 사업관리, 판매, 임대, 컨설팅, 중개 및 사후관리, 시설물 유지보수, 운영업 △금형관련제품의 제조 및 판매업과 기타 일반 목적용 기계제조 및 판매업 △질소화합물 제조, 무기화학물 제조, 독극물 제조 및 판매업과 액체화물 운송 및 보관업 △염안료, 전분, 표백제, 경수연제, 요업재료, 촉매, 모직가공조제, 각종 첨가제, 각종 중간제 및 기타 화학제품 제조와 화학공업제품의 제조 및 판매(화학류 제외) △음식료품, 식품첨가물의 제조 및 판매업 등을 추가했다. 사업다각화 추진을 위해 진출을 고려하고 있는 후보사업 선제적으로 반영했다.
그룹내 비금융 부문에서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던 동부CNI가 전면으로 나선 것은 그룹의 구조조정이 완료 단계에 접어들면서 비금융 부문 계열사들에 대한 안정적인 지배체제를 갖추기 위함이다.
그룹의 모태인 동부건설에 이어 강한 애착을 갖고 키워온 동부제철과 동부메탈, 동부하이텍을 떼어내는 등 2014년 김 회장은 1969년 기업가의 길에 들어선 이래 가장 큰 시련을 겪었다. 구조조정 과정에서 부침이 심한 제조업에 대한 미련은 버리고 안정적인 수익을 내고 있는 금융업에 집중해야 한다는 지적도 숱하게 쏟아졌다.
하지만 김 회장으로서는 제조업은 절대 포기할 수 없는 분야다. 동부대우전자가 부활의 길을 착실히 걸어가고 있고, 동부팜한농은 동종자, 작물보호제, 비료, 동물약품 등 농자재시장 국내 1위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역량을 확대한 (주)동부를 중심으로 두 회사를 양대축으로 해서 또 다시 새로운 기회를 엿보겠다는 것이다.
김 회장은 2015년 신년사를 통해 “지난 45년간 동부가 걸어온 길 또한 국가와 민족을 위한 것이었다. 동부의 정신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용기와, 어떠한 역경도 반드시 극복하겠다는 불굴의 의지이며, 동부의 반세기는 역경과 위기극복으로 점철된 역사”라며 “IMF외환위기와 금융위기 등 숱한 도전을 극복해 온 동부의 역사를 떠올리며, 오늘 저는 여러분들께 희망과 용기를 가지고 다시 한번 새로운 도전에 나서자”고 강조한 바 있다.
동부그룹 내에서는 비록 그룹의 위상이 많이 낮아졌지만 남은 계열사의 힘을 하나로 모으면 과거의 영광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다.
앞으로 김 회장의 동부그룹이 어떤 변화를 보여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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