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노승길 기자 = 연초만 해도 국제유가 하락으로 한국 경제가 탄력을 받을 걸로 봤던 해외 경제전망 기관들이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속속 하향 조정하고 있다.
최근에는 올해 한국 경제가 2% 성장에 그칠 것이라는 어두운 전망도 나왔다.
12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지난달 이후 27개 해외 경제예측기관이 내놓은 한국의 올해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전망치는 평균 3.4%다.
해외 기관들의 한국 경제에 대한 눈높이는 정부(3.8%)보다 낮고 한국은행(3.4%)보다는 높은 수준이었으나 두 달 새 한은과 비슷한 수준으로 떨어졌다.
지난 10일에는 노무라증권이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0%에서 2.5%로 내리면서 해외 기관 중 처음으로 2%대 전망치를 내놨다.
앞서 미국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도 중국 부동산시장 급락과 미국 금리 인상, 엔화 약세 심화 등의 악재가 동시에 터지면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이 2.3%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대다수 기관은 전망치 하향 조정의 이유로 수출과 민간소비 부진을 들었다. 특히, 세계 경제의 회복세가 예상보다 느린데다 '환율전쟁'까지 격화해 한국 경제를 이끌어온 수출이 부진할 것으로 봤다.
권영선 노무라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올해 1∼2월 주택 매매거래량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14.3% 증가하는 등 부동산시장은 긍정적이지만, 미약한 수출과 소비가 이런 긍정적 효과를 누를 것"이라고 예상했다.
노무라는 올해 수출이 0.2% 증가하는 데 그치고 전세가격 상승으로 민간소비(1.9%)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1%대 성장을 유지할 것으로 봤다.
데카방크(3.3%→3.0%), 무디스(3.4%→3.0%), IHS이코노믹스(3.1%→3.0%), 도이치방크(3.6%→3.4%) 등도 성장률 전망치를 줄줄이 낮췄다.
그러나 바클레이즈(4.0%), 크레디스위스(3.8%), 피치(3.7%), 모건스탠리(3.7%) 등은 올해 성장세가 작년보다 나을 것이라는 낙관적 전망을 유지했다.
해외 기관들의 올해 물가 상승률 전망치 평균 역시 연초 1.7%에서 1.3%로 크게 떨어졌다. 한은(1.9%)보다 올해 저물가 상황이 더 심각할 것으로 보는 것이다.
국내 경제전망 기관들도 성장률과 물가상승률 전망치 하향 조정을 검토하고 있다.
윤여삼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1분기에 분기 성장률 0.8% 달성이 어려워 보인다"며 "이렇게 되면 2∼4분기에 1%씩 성장해도 연간 성장률은 3.2% 정도로 낮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우리 연구소의 올해 경제성장률(3.4%)과 물가(1.4%) 전망에 하향 압력이 있는 게 사실"이라며 "분기마다 수정 전망을 하고 있기 때문에 일단 상황을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이 연구위원은 "국제 유가가 작년 말 전망보다 더 낮은 수준이고 농산물가격이 유지되는 모습이 보이지 않아 특히 물가상승률 전망을 하향 조정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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