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채명석 기자 = “포스코에 입사할 때 최고경영자(CEO)가 되리라고는 생각지 못했습니다. 묵묵히 할 일을 하다 보니 CEO가 되었습니다. 여러분 누구나 이 자리에 올 수 있습니다. 회사와 나 자신에 대해 믿음을 갖고 능력을 연마하면 포스코는 여러분이 꿈을 이룰 수 있도록 도울 것입니다.”
권오준 포스코 회장은 취임 1주년을 맞아 포스코 그룹 사내방송을 통해 공개한 직원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이어 권 회장은 ‘글로벌 원 포스코(Global One POSCO)’를 구현하고 인적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직급체계를 포함한 인사제도 및 정책 전반을 개선해 13일부터 시행에 들어간다고 전했다.
지난해 취임에 앞서 조직개편 및 전문임원 도입, 올해 1월 28일 발표한 사장단 인사에 이어 이번에는 포스코 그룹을 구성하는 임직원 전체를 대상으로 한다. 본사와 계열사, 국내와 해외 사업장 가리지 않고 희망한다면, 필요로 한다면 언제라도 조직원이 자리를 이동하도록 한 것이 핵심이다.
포스코그룹 내부에 깊게 뿌리박힌 순혈주의 타파를 위한 권 회장의 최종판이다. 1986년 포항산업과학연구원(RIST)으로 입사해 포스코인으로의 삶을 시작한 권 회장은 연구개발·기술 부문의 요직을 두루 거치며 성장해 왔으나 생산과 영업 부문에서 두각을 나타낸 인사들에 의해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했다. CEO가 되리라고 생각하지 않은 이유중의 하나도 스스로가 ‘포스코 내애서 비주류’라고 여겼기 때문이었다.
힘이 있는 소수의 집단이 서로를 끌어주며 상명하달식 명령체계와 군대문화를 특색으로 하는 포스코를 30년 가까이 지켜본 권 회장은 ‘과거의 영광’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이 문화를 깨는 게 무엇보다 시급하다고 여겼다. 전임 회장도 비슷한 시도를 했으나 번번이 내부의 반대에 막혀 좌절됐기 때문에, 권 회장은 지난해 취임과 동시에 회장 단독 대표 체제로 전환하고, 오너 기업의 기획조정실과 유사한 성격의 가치경영실을 신설하는 등 스스로의 권한을 강화한 것은 고질적인 기업 문화를 획기적으로 개선하기 위한 사전 준비였다.
이번 개편은 그동안 사장 및 임원급에 한정됐던 인사체계의 개편을 말단 사원에게까지 확대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앞으로 포스코는 그룹 모든 임직원에게 동일한 직급체계를 적용해 개인의 능력에 따라 어디에서든 일할 수 있는 인프라를 조성한다.
국내외 모든 그룹사의 임원과 연봉제 직원에게 ‘P직급’이 부여되며, P직급은 P1(신입)부터 P13(회장)까지 총 13단계로 운영된다. 더불어 직위(호칭)와 직책 명칭을 그룹차원에서 통일하여 그룹사 간 업무수행 시 혼동을 없애기로 했다. 임원은 각 회사의 주주총회 날짜부터, 직원은 4월 1일부터 P직급을 사용하게 된다. 해외법인 현지직원에게는 ‘글로벌 스태프(global staff)’를 뜻하는 ‘G’직급을 5월 1일부로 우선 적용하고, 포스코그룹의 일원이라면 갖춰야 하는 기본 자격과 역량을 보유한 경우 P직급으로 전환한다.
포스코그룹 임직원이 소속과 국적에 관계없이 동등한 기회를 제공받고, 능력에 따라 성장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한다. ‘글로벌 잡 포스팅’을 활성화해 국적이나 소속에 구애받지 않고 직무수행 능력을 갖춘 직원 누구에게나 원하는 곳에서 근무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또한 포스코의 듀얼래더(dual ladder) 육성체계를 그룹사와 해외법인에도 확대 적용해 그룹 성장을 주도할 ‘경영리더’와 ‘전문가’를 체계적으로 양성한다.
또한 해외법인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이 일체감과 주인의식을 가지고 법인 성과창출에 몰입할 수 있도록 해외 파견 직원의 소속을 현지법인으로 전환한다.
모든 그룹사에서 회사별 여건에 맞게 연봉 차등 폭을 확대하기로 했다. 이에 포스코는 연봉제 직원을 대상으로 평가 S등급과 B등급 간 연봉 차등 폭을 현행 대비 2배 수준으로 늘린다.
이를 통해 권 회장이 노리는 것은 더 이상 포스코 그룹 전체 조직원들은 ‘따로 또 같이’가 아닌 ‘하나(One)의 포스코’를 지향토록 한다는 것이다. 권 회장은 지속적으로 그룹사간 개방과 협력을 촉진하고 구성원의 일체감을 제고하는 열린 인사를 강화해 ‘글로벌 원 포스코(Global One POSCO)’ 구현을 견인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그는 “신분의 장벽을 해소하고 전 임직원이 하나가 되어 잠재된 힘과 열정을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변화를 주어야 한다고 생각했다”는 말로 이번 인사개편의 이유를 설명했다.
인사개편의 성공 여부가 CEO로서 권 회장의 성공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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