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장슬기·박현준 기자 = 올 들어 금융 및 IT, 유통업계 등 전 산업권에 걸친 인수합병(M&A) 시장에 수많은 매물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매수자는 미래 성장동력 발굴 차원에서 M&A를 통해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으며 피인수 기업 차원에서는 새 주인을 찾아 재도약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하지만 매각시장 안에서도 주인을 찾지 못한 채 가치 하락 매물로 떠도는 기업들과 일찌감치 주인을 찾아 시장에 안착한 기업들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관련기사 4면>
15일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 신고·심사 동향'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M&A 건수는 571건으로 전년(585건)보다 14건(2.4%) 감소했지만 전체 금액은 210조3000억원으로 전년(165조2000억원)보다 27.3% 증가했다. 2011년 140조2000억원이었던 M&A 금액이 3년 동안 70% 늘어난 셈이다.
최근 사물인터넷(IoT) 등에 대비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M&A 시장에 나서고 있는 삼성전자가 대표적인 예다. 삼성전자는 올 들어서만 브라질의 프린팅 솔루션 기업 '심프레스', 미국의 모바일 결제시스템 업체 '루프페이', 발광다이오드(LED) 상업용 디스플레이(디지털사이니지) 전문업체 '예스코 일렉트로닉스' 등을 잇달아 인수했다.
국내 토종브랜드인 아가방컴퍼니는 최근 중국 랑시그룹에 인수됐다. 아가방컴퍼니는 지속되는 적자에도 불구하고 중국 랑시그룹과의 시너지를 기대하고 있다. 특히 중국 내 백화점에 600여개의 매장을 보유하고 있는 랑시그룹의 광범위한 유통망 활용이 가능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하지만 시장 환경 등의 요인으로 경쟁에서 밀린 토종 기업들이 M&A 시장에서 해외자본의 표적이 되는 데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크다. 이른바 '먹튀'를 양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3차 매각 공고를 내고 새 주인을 찾아 나선 팬택과 인수자를 찾지 못한 동부하이텍이 해외 기술유출 우려 대상으로 꼽힌다.
금융권의 경우 동양생명, KDB생명, KT캐피탈, 아주캐피탈, SC캐피탈 등 제2금융권 회사들이 시장에서 새 주인을 찾았거나 기다리고 있다. 우리은행, 대우증권 등 대형 매물의 인수전도 관심사다.
하지만 지속되는 저금리와 저성장 기조로 금융회사들의 수익성이 악화되면서 금융권 인수전의 열기가 이전처럼 뜨겁지는 않다. 동양생명의 경우 투자 여력이 있는 국내기업이 마땅치 않아 중국의 안방보험이 손을 뻗친 상태다. 동양생명의 대주주인 보고펀드는 지난달 보유지분 57.5%(6191만주)를 매각하기 위해 안방보험과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 이같은 상황 속에서도 동양생명은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기록하며 M&A 리스크를 극복했다는 평가다.
아주캐피탈의 경우 일본계 자본인 J트러스트로 인수될 예정이었으나 견해 차이를 좁히지 못한 채 최근 매각이 무산됐다. 아주캐피탈의 사례는 일본계 자본 유입 가속화에 대한 우려를 종식시키면서 오히려 임직원 사기가 진작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M&A시장에 정통한 한 회계법인 관계자는 "저성장이 장기화되면서 매물로 나오는 기업에 비해 인수 여력이 있는 국내기업이 많지 않다"며 "올해에도 국내 M&A시장은 그다지 활발하지 않은 가운데 중국, 일본 등 외국계 자본의 꾸준한 입질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