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칼럼]수입 절반이 집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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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3-15 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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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워싱턴 특파원 홍가온 기자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미국 경기가 갑자기 곤두박질칠 때 미국에 도착한 회사원 박 모씨.

다행히 체류신분을 보장해 줄 고용주를 찾았기에 맘 편히 미국 땅을 밟았다.

회사 측의 배려로 직원 집에 잠깐 머물면서 나중에 가족들이 오면 함께 지낼 집을 찾기로 했다.

그런데, 회사 첫 출근날 박 씨는 눈 앞이 캄캄해졌다.

사장이 내민 계약서에는 한국에 있을 때 들었던 연봉과 1만불 이상 차이가 나는 적은 금액이 적혀 있었던 것이다.

사장은 갑작스럽게 미국 경기가 안 좋아져서 어쩔 수 없었다며 양해를 구했다.

한국에 있는 직장에는 이미 사표를 내고 온 것이라 미국 이민을 무를 수도 없었다.

속으로 분을 삭이며 계약서에 사인은 했지만 몇 달 있다 올 아내의 얼굴이 떠올라 울컥했다.

그래도 한국에서 올 때 조금이지만 가져온 돈이 있었기에 별 문제는 없겠거니 했다.

하지만 집 값이 문제였다. 미국에는 한국과 달리 전세라는 것이 없었다.

아이들 교육환경이 좋다고 해서 미 동부에 있는 워싱턴지역으로 왔는데 집값이 만만치 않았던 것이다.

기존에 이민 온 한인들은 정말 성같이 으리으리한 싱글하우스에서 살고들 있는데, 그런 집은 꿈도 꿀 수 없었다.

신용기록이 없어 은행 대출도 받지 못했다. 갖고 온 돈으로는 집을 사기 위한 융자의 계약금으로도 쓸 수 없을만큼 적었다.

어찌어찌 해서 방 두개짜리 조그마한 아파트는 구했다. 물론 월세다. 가구를 사고 가전제품과 주방기구를 사니 주머니가 더 비었다.

미국에만 가면 돈을 왕창 벌 수 있으리라 기대했지만 헛된 꿈인것 처럼 느껴졌다.

회사와 계약을 할 때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생활비가 그렇게 모자르게 될 줄은 미처 생각치 못했다.

월급을 받아 아파트 월세를 내고 나면 수입의 반이 날라갔다.

말 그대로 돈 구경도 할 새 없이 다 빠져 나간 것이다.

몇 년을 그렇게 살던 박 씨는 '이렇게 살아서는 안되겠다' 싶어 한국에 있는 가족들과 주변으로부터 돈을 빌려 싼 타운 하우스를 하나 샀다.

아파트 월세는 그냥 없어지는 돈이지만, 모기지를 내면 30년이라는 상환기간이 있긴 하지만 언젠가 내 것이 되리라는 희망이 있었기 때문에 무리를 했다.

박 씨는 주택구입이라는 것이 한국에서도 물론 힘들지만 미국에서까지 이렇게 힘들 줄은 몰랐다며, 미국 이민을 쉽게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말리고 싶다고 말했다.

미국에 처음 오면 가장 힘들고 신경 쓰이는 것이 바로 주택, 즉 집 문제다.

어디를 가나 마찬가지지만 교육환경 좋고 살기 좋은 곳은 집값이 비싸다.

하지만 돈이 없어도 아이들을 좋은 환경에서 키우고 싶은 부모 마음은 누구나 똑같을 것이다.

최근 발표된 조사결과에 따르면 한인들이 자녀들의 교육을 위해 많이 몰리고 있는 워싱턴 DC에 저소득층을 위한 아파트가 사라지고 있다고 한다.

월세 800달러 이내의 아파트가 2002년 5만 7700채에서 2013년 3만 3400채로 줄은 것으로 조사됐다. 절반 가까이 줄었다는 것이다.

반면 월세 1400달러 이상 아파트는 동기간 2만8000채에서 7만3000채로 증가했다고 한다.

워싱턴 DC 재정정책 연구소는 이 같은 자료를 발표하며 현재 워싱턴 DC 거주자 네 명 중 한 명이 월세에 자신의 수입 50% 이상을 지출한다고 밝혔다.

연구소는 이 때문에 음식, 의료보험, 교통비, 노후연금 저축을 비롯한 곳에 지출하는 금액이 줄어들고 있다고 전했다.

연구소는 악순환의 한 원인으로 저임금 노동직의 임금이 인상되지 않고 있는 점을 꼽았다.

결국 집값 대비 적정한 수준의 수입이 없는 주민들의 삶의 질이 계속 나빠진다고 볼 수 있다.

집값 때문에 나머지를 포기할 것인지, 아니면 환경은 나쁘지만 집값 싼 곳으로 이사를 가야하는지의 선택은 주민들 개인에게 달려 있는 문제다.

하지만 정부는 이렇게 소득이 적은 사람들도 좋은 환경 속에서 양질의 교육과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대책을 내놔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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