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이완구발(發) 사정(司正) 정국 신호탄으로 정국이 격랑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이완구 국무총리가 취임 이후 첫 담화에서 ‘부정부패와의 전쟁’을 선언하며 고강도 사정 칼날을 뽑아들자 여야 정치권과 재계 모두 초긴장 모드에 돌입했다.
특히 여권 내 비박(非朴·비박근혜) 지도부가 박근혜 정부의 당·정·청 소통 카드였던 이 총리의 대국민담화 내용을 사전에 인지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증폭되는 양상이다.
집권 3년차 들어서도 ‘경제활성화’와 ‘남북관계’가 꽉 막히자 청와대가 전방위 사정 칼날을 앞세워 정국주도권을 쥐기 위해 승부수를 던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사정 카드 안에는 부패 근절을 넘어서는 정치적인 ‘다목적 카드’가 들어있다는 얘기다.
◆포스코(포항)-자원외교·방산비리(MB), 親李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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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다른 예고 없이 한 담화다. 해당 부처도 사전인지를 못한 것으로 알고 있다.” 여권 한 관계자가 15일 기자에게 던진 말이다.
그만큼 전격적이었다. 앞서 이 총리는 지난 12일 ‘국민 여러분께 드리는 말씀’이란 제목의 담화에서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부정부패를 발본색원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또한 사흘 만인 이날 창원 3·15아트센터에서 열린 제55주년 3·15 의거 기념식에 참석해선 “민주주의 병들게 하는 부정부패 근절해야 한다”고 밝혔다. 대대적인 사정 정국을 예고한 셈이다.
이완구발 사정 정국의 첫 희생양은 ‘포스코’다. 검찰은 이 총리 담화 다음 날인 13일 100억원대 해외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로 포스코건설 본사와 임직원 자택 등을 압수 수색했다. 검찰은 이번 주 전·현직 임원 등 관련자들을 소환할 방침이다.
사정 정국의 핵심 대목이다. 포스코는 이명박(MB) 전 대통령의 정치적 기반인 대구·경북(TK)의 대표기업이다. 이 전 대통령과 가까운 정준양 전 회장은 ‘2007년 포스코 사장→2008년 11월 포스코건설 사장→2009년 2월 포스코 회장’ 등으로 초고속 승진을 한 인물이다.
포스코의 자회사 수는 2007년 20여 개에서 2012년 70여 개로 대폭 늘었다. 정부가 전 정권에 칼끝을 향했다고 추론할 수 있는 대목이다. 검찰은 금명간 △포스코P&S 탈세 혐의 △포스코플랜텍 부실 인수 등으로 조사를 확대할 것으로 알려졌다.
조사부에 배당했던 이명박 정부 자원비리 관련 고발 사건을 특수부에 재배당한 직후 포스코에 대한 전방위 수사가 단행, 정권 차원에서 재계와 전(前) 정권 길들이기에 나섰다는 주장에 힘이 실린다.
특히 이 총리는 부패척결 대상으로 △방위사업 비리 △해외 자원개발 비리 △일부 대기업의 비자금 조성 및 횡령 △개인의 사익을 위한 공적 문서 유출 등 4가지를 제시했다. 이는 범야권이 그간 줄기차게 요구해온 사자방(4대강·자원외교·방산비리) 국정조사와 상당 부분 일치한다.
이 경우 야권이 의혹을 제기한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 아들이 개입한 캐나다 정유회사 하베스트 부실 인사로 검찰 수사가 확산할 것으로 보인다. 김 전 비서관은 이 전 대통령의 40년 ‘집사’로 불린다. 새정치연합 한 관계자는 “하베스트 인수 실패로 정부가 본 손실이 2조원”이라고 잘라 말했다.
이에 친이(親李·친이명박)계 좌장인 새누리당 이재오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정권이 바뀔 때마다 부패한 공직자들이 국민을 향해 부패 청산을 외치는 것은 정권 유지를 위한 쇼”라고 강력 반발했다.
◆경제·대북 실패한 朴, 부패척결로 내치 돌파
사정 정국 조성은 정국주도권 확보를 위한 전략적 카드다. 실제로 △노태우 정권은 5공 청산 △김영삼 정권은 하나회 숙청 등 군사정권 흔적 지우기 △김대중 정권은 경성그룹 대출 특혜 의혹 △이명박 정권은 박연차 게이트 등을 국면전환 카드로 썼다.
박 대통령이 집권 3년차 때 ‘부패와의 전쟁’을 선언한 까닭도 이와 무관치 않다. 국민과의 허니문 기간 ‘경제활성화’에 대한 기대감과 ‘일관된 대북’ 행보로 60% 이상의 지지를 받았던 박 대통령은 지난해 청와대 비선실세 의혹과 연초 담뱃값 인상과 연말정산 후폭풍으로 지지율이 급락했다.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의 피습과 중동 4개국 순방이 맞물린 3월 들어 대통령 국정 지지율이 30%대 후반으로 상승했지만, 공무원연금 개혁·경제활성화 법안 처리 등 산적한 현안을 뚫기엔 역부족한 상황이다.
박 대통령이 국면전환 카드로 부패척결을 택했다는 분석도 이런 맥락에서 나온다. 눈여겨볼 부분은 박 대통령이 국면전환의 수단으로 ‘부패 척결’을 선택한 점이다. 이는 통상적으로 가시적인 효과를 내기 손쉬운 의제다. 국제투명성기구 한국본부의 ‘2014년 국가별 부패인식지수(CPI)’에 따르면 한국은 100점 만점에 55점을 기록, 175개국 중 43위에 그쳤다.
또한 자원외교와 방산비리 의혹 규명은 물론 대기업의 비자금 수사와 직결된다. 세월호 참사 당시 정치권의 최대 화두였던 ‘관피아’(관료+마피아) 적폐 해소의 핵심이기도 하다.
박 대통령의 승부수가 성공한다면, 집권 3년차 때 △전 정권과의 차별화 △새누리당 비박 지도부 길들이기 △세월호 2주기인 내년 총선 때 이슈 주도권 확보 등 ‘1석 3조’ 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얘기다.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은 이날 아주경제와 통화에서 “박근혜 정부의 반(反) 부패 행보는 1년짜리 프로젝트로, 내년 총선 전까지 강한 드라이브를 걸 것”이라며 “이를 통해 대통령의 지지율을 올리고 공무원연금과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수수 금지법) 추진에 강한 힘을 받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배 본부장은 “야권 역시 반대할 수 없는 의제를 택한 박 대통령이 지지율 ‘긍정평가 45%-부정평가 40%’를 이뤄낸다면, 다시 대통령 발언권이 세질 것”이라며 “이 경우 새누리당은 내년 4월 총선 때 ‘박근혜 마케팅’이 가능하게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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