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 "런싱한 중국, 런싱한 중국인"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입력 2015-03-16 14:33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아주경제 배인선 기자 =중국에는 '런싱(任性)'이란 말이 있다. '본성대로 일을 처리해 자의적’이라는 의미다.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보지 않고 제멋대로다’는 부정적인 뜻으로 종종 사용됐다. 

최근 들어 런싱이라는 단어가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긍정적인 의미에서다. 중국인들은 최근 거침없이 약진하는 중국 축구대표팀에게 ‘중국팀, 런싱하라’고 응원했다. 전자상거래에서 콜택시·모바일채팅·여행·영화·게임·금융 등 분야까지 신 시장을 개척하며 ‘알리바바 제국’을 건설 중인 마윈을 말할 때는 '런싱' 두 글자가 수식어로 따라다닌다. 중국 온라인엔 너도나도 “난 런싱해”라는 댓글이 줄 잇는다. 자신감에서 비롯된 당당함과 거침없는 '마이웨이' 행보를 런싱으로 표현하고 있는 것. 

중국은 19세기 중엽부터 한 세기 동안 '동아시아 병자'로 불렸다. 당시 대국의 자존심은 땅에 떨어졌다. 런싱하고 싶어도 런싱할 수 없었던 시절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괄목상대라는 말도 부족할 정도로 중국의 정치·경제적 위상은 높아졌다. 오늘날 중국은 막강한 경제력을 바탕으로 대국굴기를 외치며 국제사회에서 제 목소리를 낼 정도로 거침이 없다. 주요 2개국(G2)으로서 미국에 ‘신형 대국관계’를 논할 정도로 당당하다. 이제 중국은 런싱해도 될 만큼 잘나가는 셈이다. 싱가포르 연합조보는 최근 “중국이 '런싱 타임'에 진입했다” 고 평론했다.

런싱은 올해 중국 최대 정치행사인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와 인민정치협상회의)’에서도 화제였다.  뤼신화 정협 대변인은 기자회견에서 “당과 정부, 인민은 부패 척결에서 일치된 태도를 갖고 있다"며 “모두가 매우 런싱하다”고 표현했다. 당·정·인민 너나 할 것 없이 하나로 뭉쳐 '호랑이(고위 부패관료) 사냥'에 거침이 없다는 뜻이다. 부패와의 전쟁에 대한 중국의 자신감이 담겨있다. 

다만 지나친 런싱은 금물일 것이다. 시진핑 주석과 리커창 총리도 양회에서 '런싱'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권력이 있다고 제멋대로 해서는 안 된다", "경제 발전에 있어서 혁신은 필요하지만 제멋대로는 안 된다"라고.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