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업계에 따르면 이날 치러진 전국 규모 민방공대피훈련에 대부분의 기업이 적극적으로 참여한 가운데 오히려 앞장서야 할 삼성그룹과 현대차그룹은 무관심으로 대응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훈련은 전국 읍 이상 모든 지역에서(접경지역은 면지역 포함) 동시에 실시하는 것으로 서울을 비롯한 전국 828개 주요 기업이 참여했다. 기업들은 비상사태 발생을 가정한 수습훈련을 민방공대피훈련과 함께 실시했다.
특히 이번 훈련은 지난 해 세월호 사태 이후 출범한 국민안전처가 실시하는 첫 훈련이다. 국민안전처는 국민들이 위기상황에 즉각 대처할 수 있는 초동대처능력을 향상시키고자 모든 관공서·공공기관·기업들이 각각의 직원, 고객을 보호하는 능력을 키울 수 있도록 훈련주체별 책임형 훈련을 강화했다.
주요 대기업 중 국민안전처의 지침에 따라 훈련을 실시한 곳은 LG그룹이 유일할 정도다. LG그룹은 오후 2시를 기해 대부분의 임직원이 훈련에 참여하며 안전 관리 의식에 대한 중요성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LG그룹 관계자는 "트윈타워 입주 직원들이 안전 관리 규정에 따라 비상 계단을 통해 지하로 대피를 하는 등 위기상황에 즉각 대처할 수 있는 임직원 안전의식을 높이기 위한 교육을 실시했다"고 말했다.
반면 삼성그룹은 오히려 오전부터 서초 사옥 내 방송을 통해 임직원들이 민방위훈련에 참여할 필요가 전혀 없다는 사실을 알렸다. 안전 관리 매뉴얼을 통해 임직원들의 안전을 책임지고 훈련에 적극 참여하기를 독려해야함에도 불구하고 회사 차원에서 말리고 있는 셈이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오전 사내 방송을 통해 임직원들이 동요하지 않도록 대피하지 않아도 된다고 알렸다"고 말했다.
삼성그룹은 지난 해만 하더라도 전사적으로 비상대피훈련을 독자적으로 시행하고 안전환경 부문의 투자를 크게 늘리는 등 각종 안전환경 관련 사고 예방에 대한 의지를 가장 확실히 보여줬지만 불과 1년새 안전에 대한 관심도가 떨어진 모습이다.
다만 일부 계열사에서는 몇몇 직원들이 자체적으로 참가, 안전 관리 규정을 숙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 계열사 한 관계자는 "국민안전처로부터 지침을 내려받고 직원들의 대피 행동 숙지 및 피난에 대한 안전 관리를 점검했다"고 말했다.
현대차그룹 역시 관심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민방위 훈련이 오늘이냐"며 오히려 반문했을 정도. 훈련을 통해 문제점을 발견하고 보완해야함에도 불구하고 그룹 차원에서 안전의식에 문제를 보인 것이다. 실제로 서울 양재동 본사에서는 재난 안전과 관련한 대피 움직임은 전혀 없었다.
특히나 삼성이나 현대차그룹은 최근 몇해 사이 주요 사업장에서 안전사고가 잇따라 발생해 질타를 수차례 받은 바 있음에도 사업장 내 안전의식에 대한 중요성을 간과한 셈이다.
허성윤 국민안전처 민방위과 전문경력관은 "대기업마저 안전에 대한 관심도가 떨어지는 것은 심각한 일"이라며 "이번 훈련에 앞서 관공서는 물론 공공기관과 주요 기업 관계자들에게 참여를 독려했지만 모범을 보여야 할 기업마저 이같이 나오는 것은 안전 의식이 얼마나 낙후된지를 알려주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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