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AIIB, 미국 동맹국 속속 섭렵...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등 G7 4개국 동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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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3-17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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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지난해 10월 24일 21개국 대표들이 모인 가운데 AIIB 양해각서(MOU) 체결식이 열렸다. [베이징 = 중국신문망] 


아주경제 배상희 기자 = 주요 2개국(G2) 미국과 중국 간 세계 금융패권 경쟁의 주도권이 중국으로 기우는 분위기다. 미국을 의식해 중국이 주도하는 아시아인프라개발은행(AIIB) 참여를 주저했던 유럽 국가들이 잇달아 입장 전환에 나섰기 때문이다.

AIIB 참여가 대세가 되면서 중국과 거리를 뒀던 미국과 일본에서도 AIIB에 참여해 실리를 취해야 한다는 주장이 점차 힘을 얻고 있다. 이와 함께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갈팡질팡하고 있는 한국의 외교 셈법 또한 복잡해질 전망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영국에 이어 프랑스와 독일, 이탈리아 등 선진 7개국(G7) 동맹국들이 잇달아 AIIB 참여하기로 했다고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로써 AIIB에 참여하겠다고 밝힌 G7 국가는 4개국으로 늘어났다.

이번 결정은 지난주 영국이 G7 국가 중 처음으로 AIIB 가입 의사를 밝힌 후 나온 결정으로, 향후 주요 서방국가의 AIIB 참여의사가 이어질 수 있다는 가능성도 더욱 커지게 됐다.

아시아태평양 지역 핵심 우방으로 미국의 압력에 AIIB 참여를 주저했던 호주 또한 최근 입장을 바꿔 참여 문제를 재검토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향후 수 십 년 동안 누가 아시아의 경제와 무역 질서를 규정할 것인가를 두고 미국과 중국의 눈치싸움이 갈수록 치열해지면서 AIIB는 G2 패권 경쟁의 핵심 현안으로 떠올랐다. 이러한 상황에서 AIIB가 서방국가들의 지원이라는 강력한 힘을 얻게 되면서 미국은 적지 않은 타격을 입게 됐다. 

실제로 지난주 영국이 맹방인 미국을 저버리고 중국을 손을 들어준 데 대해 미국 정부는 이례적으로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이와 관련해 FT는 영국이 다른 G7 멤버보다 먼저 중국 주도의 AIIB에 참여하는 선제적 전략을 이용해 실리를 취하려 했다고 평했다.

미 정부 고위 관계자는 "G7이 AIIB 대처 문제를 논의하는 과정 중에 영국이 미국과의 상의 없이 이같은 결정을 내렸다"면서 "우리는 중국의 지속적인 요구를 계속 수용하고 있는 이같은 추세를 경계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에 영국의 한 관료는 미국 정부의 지적에 이솝우화에 나오는 '신 포도'와 같은 것이라며 "미국 정부는 AIIB에 참여하고 싶어도 의회 비준을 받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중국의 AIIB 설립을 세계은행(WB)이나 국제통화기금(IMF) 등 미국에 본부를 둔 기존의 글로벌 기구들에 대한 도전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는 공식적으로 AIIB 설립에 반대하지는 않고 있으나, 중국이 AIIB 결정에 대한 거부권을 갖고 이를 외교정책의 도구로 활용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미국 재무부는 "AIIB가 수준이 낮은 기구가 될 수 있다"면서 AIIB의 관리 방식, 특히 대출 조건에 어떠한 환경적·사회적 기준을 부여할 지에 우려감을 표했다. 

FT는 한국 언론 또한 AIIB에 참여하지 않기로 한 종전 결정을 재고할 것이라고 보도했다고 소개하면서 다만,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가장 우려하는 일본은 참여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실제로 산케이(産經) 신문은 17일 일본 정부가 AIIB의 융자심사 능력에 대한 의문, 공정한 운영에 대한 불안, 기존 국제금융기구와의 관계 등을 감안해 중국 AIIB 참가를 유보한다는 방침을 굳혔다고 전했다. 하지만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 신문은 AIIB와 협력을 검토하고 있다는 다케히코 나오코 아시아개발은행(ADB) 총재와의 인터뷰 내용을 전하는 등 입장 차이를 보여 향후 일본의 행보 또한 주목되고 있다. 

중국의 AIIB 세력 확대를 가장 강력히 반대하는 미국에서도 상황이 이렇게 되자 자존심보다는 실리를 취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미국 정책연구기관 미국외교협회(CFR)의 엘리자베스 이코노미 선임연구원은 이날 발표한 보고서에서 "AIIB 지배구조 문제 해결에 긍정적 역할을 하고 내부비판자 역할을 할 수 있다"며 미국의 AIIB 참여를 주장했다. AIIB 설립 초기에 지분구조 등의 문제에서 미국에 유리한 쪽으로 협상을 하는 쪽이 더 낫다는 설명이다.

미국 경제 매체 포브스도 AIIB가 중국의 국익에 기여할 것이라는 점은 분명하다며 미국도 참여해 다자 협의체로 만들면 중국의 국익에 기여하는 효과를 최소화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 2013년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 주도로 설립이 추진된 AIIB는 미국 중심의 금융질서에 대항하기 위해 중국이 아시아 국가들과 함께 지난해 10월 출범한 은행이다. 설립 자금은 500억 달러(약 56조1600억원)에 달하며, 초기자본의 대부분은 중국이 부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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