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전셋값 상승이 심상치 않다. 서울 아파트 전셋값 상승률도 1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수도권 평균 전세값이 2억2000만원을 돌파하는가 하면 강남의 중소형 아파트 전세값은 10억을 돌파하는 단지가 나오고 있다. 과거 샐러리맨이 “서울에 집 한 채 마련하기가 하늘에 별 따기”였다면 이젠 샐러리맨이 “서울에 아파트 전세 얻기가 하늘에 별 따기”인 시대로 바뀐 셈이다.
그럼 왜 이렇게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서민층인 샐러리맨조차 서울에 전세를 얻기 힘든 팍팍한 시대가 되었을까?
그 원인의 첫 번째로는 이번 정부의 소유자 중심의 매매활성화 정책을 들 수 있다. 매매활성화 정책의 핵심은 거래량 증가와 주택가격상승을 위한 규제완화와 금융지원이다. 이러한 정책의 중심에는 무주택 전세세입자의 주택구입 유도책이 있으며, 이를 통해 전세 문제도 동시에 해결하려고 하고 있는데 이것이 이번 정부의 최대 오판인 것이다.
정부는 모든 국민들이 집을 소유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런데 실제로는 전혀 그렇지가 않다. 일본의 경우 자가주택 보유율이 전국 62% 내외, 도쿄 45% 내외이며, 이 수준에서 자가주택 보유율은 더 이상 높아지지 않고 있다. 그런데 현재 한국의 자가주택 보유율 추정치가 전국 60% 내외, 서울 45%로 내외로 거의 일본과 같은 수준이라는 사실을 고려할 때, 무주택 서민의 주택구입 유도를 통해 전세문제를 해결하려고 했던 정부의 생각은 전혀 현실성이 없는 생각인 것이다. 집을 살 계획도 집을 살 마음도 없는 많은 서민들에게 집을 사라고 유도하는 것은 정책이 아니라 억지에 가까울 수도 있다.
그런데 아직까지도 정부는 이러한 실수를 인정하지 않고 별다른 전세대책을 내놓지도 내놓을 생각도 없는 듯하다. 현재 서민들은 오르는 전세 값에 속이 타들어가고 쓰러져 가도 정부는 오직 집 있는 사람에게만 신경을 쓰고 전세 사는 서민들은 알아서 문제를 해결하라는 식인 것이다.
두 번째 원인으로는 정부의 선심성 전세자금 대출이다. “정부가 돈 없는 서민에게 저렴한 전세자금을 빌려주는데 뭐가 문제가 되나?”고 반문하는 분들도 계시리라 생각된다. 물론 과거와 같은 상황에서는 별 문제가 되지 않고 오히려 정부에게 감사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현재의 상황에서 무분별한 전세자금 대출은 오히려 전세값 폭등을 부추길 우려가 크다.
한국의 전세시장은 집주인 중심의 일방적이고 매우 비정상적인 시장이다. 이러한 시장구조 하에서 정부의 전세자금 대출 확대는 집 주인에게 마음 놓고 전세값을 올릴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세입자가 돈이 없고 돈을 빌릴 곳도 마땅치 않으면 집 주인은 전세값을 마음 놓고 올리고 싶어도 세입자를 찾기 어렵기 때문에 어느 선까지 밖에 전세값을 올릴 수 없게 된다. 그런데 정부가 나서서 이러한 집주인의 걱정을 해결해주고 있으니 전세값이 폭들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른다.
최근 전세값 상승은 주택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가 낮아진 집주인의 급격한 월세전환으로 순수전세 물량의 부족이 그 큰 원인 중에 하나라고는 생각하며, 어쩌면 과도기적인 시장상황에서 겪어야 할 일이라고는 생각한다. 하지만 “정부의 전세시장에 대한 정책과 해결책은 정말 있는 것일까?”라는 의문이 강하게 드는 것 또한 사실이다. 전세시장에 대한 정부의 정책 대안은 지금도 늦었다고 본다. 하지만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아직도 정부는 전세시장에 대해 전혀 무관심하다는 것이다.
“정부는 정말 전세 사는 서민들은 이렇게 계속 저버려도 되는 것일까?” 많은 서민들은 마음 속으로 이렇게 외치고 있을지도 모른다.
김준환 서울디지털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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