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 이어 프랑스와 독일, 이탈리아 등 유럽 주요 국가들이 중국 주도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에 참여하기로 했다.
지난해 시진핑(習近平) 중국 주석 주도로 공식 발족한 AIIB는 중국이 자국의 국제적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 추진 중인 새로운 경제기구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17일(현지시간) "중국의 돈 자석이 미국 우방들을 끌어당기고 있다"는 제목의 분석 기사에서 이같이 논평했다.
FT는 그러나 AIIB 출범 과정은 미국과 중국 간 권력 투쟁이었음이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애초 유럽 주요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일본, 한국, 호주 등이 AIIB에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
그러나 영국이 창립멤버로 참여한다는 소식이 반(反) AIIB 전선에 결정적 균열을 가져왔다. 한국의 많은 전문가들이 AIIB 참여는 시간문제일 뿐이라고 믿고 있고 호주도 입장을 바꿔 참여 여부를 재검토하고 있다.
이제 미국과 일본만 남은 상황. 신문은 AIIB 사건은 "미국을 고립돼 있고 심술을 부리는 것처럼 보이게 만들 것"이라고 평가했다.
반대로 아시아에서 벌인 미국과 권력 투쟁에서 고전한 중국에는 최고의 쾌거다. 중국이 영토 분쟁에서 공격적 태도를 견지하자 필리핀, 일본, 호주, 인도 등이 미국과 외교안보 관계를 강화해 미국의 입지를 강화시키는 결과가 초래됐다.
이를 교훈 삼아 대립각을 낮추는 대신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 건설 제안 등 경제적 유대 강화를 강조했다. AIIB는 이 계획을 실현하는 데 중요한 재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신문은 "중국의 투자 유치를 바라는 영국과 중국 주변국들이 이번 기회를 놓치면 안 된다는 결론을 내린 것처럼 보인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이번 사건은 아시아에서 영향력을 놓고 미국과 벌일 권력 투쟁에서 중국이 지닌 최대 무기는 경제력임을 입증하는 사례로 지목했다.
반면 미국의 가장 큰 무기는 군사력과 안보조약으로 형성된 네트워크인데 양쪽 모두 걸려 있는 일본, 호주, 필리핀, 한국 등이 딜레마에 빠졌다.
FT는 이번 사건이 미국과 일본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협상 타결을 유인할 것으로 내다봤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