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한준호 기자 = 국내 연구진이 생체 속 암 전이 환경을 그대로 구현하는데 필요한 다공성 나노멤브레인을 개발해 암 전이 과정의 다양한 현상을 분석하고 조절하는데 성공했다.
다공성 나노멤브레인이란 특정물질을 선택적으로 투과시키는 수많은 구멍을 가진 수십에서 수백 나노미터(10억분의 1미터) 두께의 막이다.
이번 연구는 서울대 차국헌, 남좌민 교수(공동 교신저자)가 주도하고 장영선, 이효진 박사(공동 제1저자)가 참여했으며, 미래창조과학부가 추진하는 기초연구사업과 글로벌프론티어사업의 지원으로 수행됐다. 이 연구결과는 재료분야 권위지 어드밴스드 머티리얼스(Advanced Materials) 3월18일자 속표지 논문으로 게재됐다.
암은 전 세계적으로 가장 높은 사망원인 중 하나로, 암 환자수는 꾸준히 늘고 있다. 암으로 인한 사망원인은 단순한 종양의 성장보다는 90%가 재발 또는 전이에 의해 일어난다. 실제로 암 환자의 생존률은 66.3%이지만, 암 전이 환자의 생존률은 18.7%에 불과하다.
따라서 암 전이를 효과적으로 예방하고 치료하기 위해서는 암 전이 과정을 명확히 이해해야 한다. 이를 위해 우선 생체 내 세포 간에 주고받는 신호물질 등을 분석해야 한다. 그러나 기존의 세포 공배양용 멤브레인은 두께가 두껍고(10마이크로미터) 기공의 수가 적어 생체 속 환경을 그대로 구현하는데 어려움이 있었다.
이에 따라 국내 연구팀은 생체 친화적인 고분자(셀룰로즈 계열)를 주재료로, 두께가 얇으면서도(500나노미터) 세포 간 신호물질이 잘 통과되도록 기공이 많은 나노멤브레인을 개발했다. 연구팀은 논문제목처럼 Transparent(투명성), Nano-porous(나노 다공성) 및 Transferable(여러 층의 탈부착 용이)한 특성을 감안해 이 나노멤브레인을 TNT 멤브레인으로 명명했다.
특히 이 나노멤브레인은 저렴하면서도 공정이 간단하고, 투명하면서도 흡․탈착이 쉬워 체내․외 모두 활용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또한 용매의 종류와 용액의 농도 조절을 통해 기공의 크기와 멤브레인의 두께를 자유자재로 조절할 수 있어 응용가치가 더욱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연구팀은 TNT 나노멤브레인을 이용해 암세포가 전이되는 과정에서 주변 이웃세포들과 주고받는 주요 신호전달물질(RANTES, EGF, VEGF)을 밝혀내면서 암 전이 연구와 치료에 중요한 단초를 제공했다. 기존의 시스템으로는 실현할 수 없었던 3종류 이상의 다른 세포주가 공존할 때 나타나는 신호체계를 분석하고, 같은 암전이세포라도 주변 이웃세포의 종류에 따라 다른 신호물질을 분비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또 TNT 멤브레인을 손쉽게 조작해 암전이세포와 주변 이웃세포들 간에 신호전달도 조절할 수 있다는 것을 밝혀냈다.
이 논문의 공동 교신저자인 차국헌 교수는 “이번 연구는 암전이 현상에 대한 명확한 이해뿐만 아니라 예방과 치료를 위해 중요한 전기를 마련한 의미 있는 성과”라고 밝혔다. 또 공동 교신저자인 남좌민 교수는 “TNT 나노멤브레인 개발기술은 암 전이세포뿐만 아니라 줄기세포, 신경세포와 같은 다른 중요한 세포에도 적용할 수 있는 원천기술로서, 향후 암치료와 암세포 성장억제를 위한 새로운 표적물질을 찾는데 유용하게 활용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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