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정광연 기자 =이동통신시장 주도권을 둘러싼 SK텔레콤과 KT의 진흙탕 싸움이 갈수록 격해지고 있다. 법적 분쟁으로까지 번진 ‘이전투구’가 장기화 조짐을 보이면서 고객 서비스 강화에 방점을 둬야 할 두 기업이 밥그릇 싸움에만 몰두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8일 통신업계에서는 SK텔레콤과 KT의 갈등이 유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전면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며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먼저 방아쇠를 당긴 건 KT다. KT는 지난 1월 중순 SK텔레콤이 아이폰6와 갤럭시노트4 등 주요 단말기에 45만원 이상의 고액 리베이트를 지급, 시장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며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이에 앞선 1월초에는 LG유플러스와 함께 SK텔레콤의 ‘4배 빠른 3밴드 LTE-A 세계 최초 상용화’ 광고에 대한 금지 가처분 신청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SK텔레콤이 세계 최초의 근거로 주장한 ‘소비자 체험단 100명을 대상으로 한 상용화 테스트’에 강력 반발한 KT는 1월 23일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 부터 해당 광고의 전면 중단을 이끌어 내면서 판정승을 거둔 상태다.
첨예한 양사의 분쟁은 KT가 3월 11일 SK텔레콤을 상대로 서울중앙지방법원에 10억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 제기하면서 극단적인 상황에 도달했다. 특히 KT가 이처럼 강경한 법적 대응을 이어가는 배경에는 황창규 KT 회장의 사실상 묵인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지면서, 최악의 경우 꼬리에 꼬리를 무는 소송전으로 인해 '치킨게임'으로 번질 것이란 우려감이 확산되고 있다.
SK텔레콤은 KT에 잇단 공세에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하지만 KT의 계속적인 강공 드라이브에 불순한 의도가 숨어있다는 의심을 지우지 않고 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KT가 의도적으로 갈등을 조장해 반사이익을 노리기 위한 일종의 '노이즈 마케팅'의 일환으로 보는 내부 의견이 적지 않다. 양사가 접점을 찾지 못하면 결국 법적 공방은 장기화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KT는 10억원의 민사 소송 제기가 SK텔레콤의 허위 광고로 부당하게 얻은 피해를 보상받기 위한 결정이라고 강조한다. KT측은 “광고는 중단됐지만 이미 허위 광고로 인한 고객 이탈 등의 피해가 크다”며 “타사의 부정행위로 인한 피해 보상을 받겠다는 것일 뿐 다른 의도는 없다”고 밝혔다.
SK텔레콤과 KT의 ‘이전투구’를 바라보는 고객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보조금 하락으로 인한 가격 부담 증가와 저가폰 감소에 따른 구매폭 감소, 여기에 각종 포인트 제도 등 혜택성 서비스의 일방적 폐지 등으로 고객의 불만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시장의 80% 이상을 점하는 1, 2위 사업자가 취할 태도가 아니라는 시각이다. 일부 고객 게시판에는 국민적 불매운동을 벌여야 한다는 강성의 글들도 올라오고 있다.
한편, 방통통신위원회는 양사의 분쟁에 대해 “KT가 주장한 불법 리베이트 살포 의혹에 관해 SK텔레콤을 대상으로 단독 조사를 진행했으며 오는 26일 전체회의에서 제재 방향과 수위가 결정될 것”이라며 “다만 법적 분쟁은 사법기관의 몫이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방통위가 분쟁 해결을 위한 움직임에 나서기에는 어려움이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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